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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한가위가 될 것 같아…
이세형 기자 / yeoju-21@hanmail.net입력 : 2010년 09월 15일(수) 18:45
이성희 본보칼럼니스트(사진과 함께 칼럼니스트입니다. 그리고 여백이 없도록 신경 써 주세요

추석은 음력 8월 15일이다. 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로도 불린다. 이맘때 쯤 되면 봄에서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수확기가 되었고 마음이 풍족하였다.

여름처럼 덥거나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었으므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큼' 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생활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조상들은 이때를 명절(名節)로 삼아 1년 동안의 수고를 되돌아보며 하늘에 감사하고 돌아가신 선조들에게 예를 올렸다.

머슴들에게도 새 옷을 지어 입혀 다 같이 '추석빔'으로 단장케 하여 즐겁게 맞이했다. 성묘를 하고 제사를 정성껏 지내는 등 조상들의 음덕(蔭德)을 기리며 후손들의 안녕과 복덕을 함께 빌었다.

▶농사철이 끝나고 햇곡식 햇과일 등을 모두 수확한 뒤인지라 모든 게 풍요롭고 한가한 마음을 통해 여유로운 놀이를 벌이는데 농악에 노래와 춤이 자연히 어우러졌다. 소 놀이 거북놀이 줄다리기 씨름판을 벌여 기량을 뽐냈으며, 활쏘기 강강술래놀이 등 남녀노소가 모두 참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무사히 끝낸 한해 농사와 내년 에 농사도 순조롭게 지어지길 빌며 한 때를 보냈다. 햇곡식으로 송편을 빗고 밥과 술도 만든다. 열 나흗날 저녁, 밝은 달을 보면서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만드는데 예쁘게 만들면 예쁜 배우자를, 모양이 이상하면 못생긴 배우자를 만나게 된다고 해서 특히 처녀 총각들은 송편을 예쁘게 만들려고 있는 솜씨 없는 솜씨를 발휘 했다고 한다. 또 임신한 부녀자들은 송편 속에 바늘이나 솔잎을 가로 넣고 찐 다음 한 쪽을 깨물어서 바늘의 귀 쪽이나 솔잎이 붙은 곳을 깨물면 딸을 낳고, 바늘의 뾰족한 곳이나 솔잎의 끝 쪽을 깨물면 아들을 낳을 징조라고 점 아닌 점을 쳤다고 한다.

▶추석 때면 농가도 잠시 한가하고 인심도 풍부해 져서 며느리들에게도 기다리는 계절이었다. 떡과 술, 닭이나 달걀꾸러미 등 먹을거리를 잔뜩 싸들려 친정에 근친을 가게 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친정집이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엔 미리 통발을 놓아 중간지점에 경치 좋은 곳에서 만나게 했던 것이다. 며느리는 친정어머니가 좋아했던 음식을, 친정어머니는 딸이 좋아했던 음식을 각각 싸들고 중간 지점에 마땅한 장소에서 만나게 했다고 하니 아량과 지혜로움이 절로 보이는 듯하다.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고 하여 반보기, 중로보기, 중로회견(中路會見)이라고 했단다. 그때에 소풍놀이가 눈에 선하게 비치는 듯하다. 시집살이에 지친 딸과 시집살이에 지치고 지친 어미의 만남이라… <참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권 22)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위와 같은 환경을 보고 자랐다. 기억이 새록새록한 것도 있는데 그 시절이 그리워지고 시간을 거슬러갈 수만 있다면 가서 맘껏 즐기고 싶다. 어른들은 이 세상을 떠나셨고 아이들은 애들대로 뿔뿔이 먼데 가버렸고, 형제들은 제가끔 거기에 충실해야 하니 올해도 시장에서 파는 송편 몇 알로 추석을 보내야할 것 같다. 흩어져 살다 때 되면 모여 육신의 정을 은밀히 느껴 보는 맛도 이젠 멀리 사라져 버렸다. 제때 성묘하는 일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차가 붐비고 교통이 혼잡하다는 핑계로 미리미리 산소에 갔다 오는 풍조가 일어나 산소에 벌써 다녀왔지만 공원묘지에 판박이 모양이 왠지 가볍고 경건하지 못하다. 게다가 유골함을 모신 가짜 묘지에 풀 몇 포기 뽑고 북어포에 과일, 평소에 좋아하시던 소주 한잔과 커피 한잔을 붓고 "안녕 하셨수? 우리도 잘 지냅니다." 속으로 멋 적게 뇌는 게 전부다. 그래도 유원지나 콘도에 놀러가서 조상님 묻힌 곳을 향해 사진 한 장 달랑 놓고 제사 지내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렇게 많이 한단다.

▶나는 그렇다 치고 많은 딴 사람들의 기막힌 속사정을 세세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갈 곳이 없거나 갈 곳이 있어도 못가고, 명절이 두려워지고, 사람 모이는 행사에 노이로제가 걸려 있는 사람을 상상해 보는 것은 어설픈 일이나 신문 방송을 통해 알려진 일들은 어느 정도 현실이라고 믿기엔 슬픈 일들이다. 한 달 최저생계비 1인 50만 4,344원, 2인 85만 8,747원, 3인 111만 919원, 4인 가구 136만 3,091원에도 못 미치는 월 평균소득 30만원 수준의 '연금 사각지대'의 중고령자들. 19세 이상의 86%가 자신을 서민(庶民)이라고 여기는 가난한 사람들. 15~ 29세 청년층의 4분의 1이 사실상 실업상태라는 믿지 못할 통계(삼성경제연구소). 보건복지부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008년도 발표에 자살률 세계 1위(인구 10만명 당 24.3명)라는 불명예의 뒤에는 고등교육을 받은 실업자, 구직자들이 패배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이런 좌절감이 자살률을 끌어 올리는 원인으로 분석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7월 '자살대국 한국'이라는 표제의 특집기사를 다뤘는데 'IMF 이후 한층 심해진 한국의 빈부격차'를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상대적 박탈감이 고귀한 목숨을 죽음으로 내 몬 것이다. 거기에 더해 노인의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이 65세 미만 연령층 보다 약 4배나 높고, 지난 10년 사이 노인 자살이 3배 증가했다고 한다. 취약한 사회안전망과 경제난, 가족 해체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올 추석은 '슬픈 추석'이 될 공산이 크다. 자연 재해가 심해 농작물이 귀해지거나 식료품 값이 치솟았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지수'도 함께 올라갈 것이다. 먹는 것 만큼 급박한 욕구는 없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즐거운 명절이나 부모님 산소에 성묘 가는 일이나 아이들에게 줄 '추석빔'은 한낮 그림의 떡일 뿐이다. 요즘 화두가 '공정한 사회'이다. 「달 달 보름달, 온 누리를 비추네/ 대궐에도 비추고 뒷간에도 비추네// 달 달 밝은 달, 구석구석 비추네/ 들판에도 비추고 쥐구멍에도 비추네.」 모두 건강만은 챙기시라-.
이세형 기자  yeoju-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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