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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신뢰와 외계인
이세형 기자 / yeoju-21@hanmail.net입력 : 2010년 08월 24일(화) 20:08
올 여름은 유난히 더운 날씨의 연속이다. 겨울엔 움직이면서 지내도 된다고 여겨 왔다. 여름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열이 솟아올라 땀범벅은 말할 것도 없고 온 몸이 후끈거려 에어컨 바람이 아니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런저런 피서들이 임시방편일 뿐이다. 우리 맘대로 길들여 지지 않는 날씨에, 한 줄기 바람에 웃고 찌는 더위에 짜증을 낸다.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재난이 우리가 함부로 취급한 자연의 반격은 아닐런지 매우 걱정스럽다.

▶내가 매일 운동하는 창전체력단련장에는 81세 노인을 정점으로 70대 노인들이 꾸준히 운동하고 계신다. 아마 노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운동하는 장소가 여기이지 싶다. 하루 이틀 한 달 1년… 을 3~40평의 한정된 공간에서 같은 시간대를 살면서 그들은 외계인(外界人) 취급을 받고 있었다. 누구 하나 살갑게 다가가 얘기 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운동기구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다. 나와 같은 동네 살았던 노인이 매일 얼굴을 마주 대하면서도 서먹해 하길래 손을 번쩍 들어 하이 파이브(Hi- Five)를 시도 했다.이젠 오며 가며 손바닥 부딪히는 소리가 짝- 나면 그 노인과 내가 왔다고 다 아는 신호가 되었다. 다리를 절룩였던 여 권사님, 게이트볼 하시던 두 노인들에게도 운동기구 다루는 법과 신체 어느 부위가 영향을 받는가에 대해서도 설명해 드렸다. 오늘도 그 분들과 염소탕에 소주 한 잔 곁들이며 이 얘기 저 얘기꽃을 피웠다. 그들은 나를 무한히 신뢰(信賴)했으며 나는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마음을 나누었던 결과다.

▶많은 마음 공부가 되신 분들은 하나같이 친절과 배려(配慮)를 말씀 하신다.직역 하면' 생각을 나눈다'가 될 것이다. '配'字는 아내, 배필, 나눈다는 뜻이 있고 '慮'字는 생각하고 걱정 한다는 뜻이 있다. 이리저리 마음을 써 주고 같이 근심하고 걱정해 주는 것이니, 남을 위하여 여러모로 마음을 써 준다는 풀이가 될 것이다. 이런 사상은 '생명체는 모두 평등 하다' 는 데서 나왔다고 본다. 이 세상에 존재 하는 모든 것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다 나름대로 각기 다른 형체를 가지고 생명을 보존해 나간다. 크면 큰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존재하고 있을 뿐이지 그 존재 자체의 좋고 나쁨을, 필요와 불필요를 따지지 않는다. 우열을 따지고 네 편 우리 편을 따지는 것은 오직 인간뿐이다. 나무나 풀이 나에게 뭐라고 한 적이 없고 소나 돼지가 나에게 뭐라고 한 적이 없다. 물이 나에게 뭐라고 하던가 바람이 나에게 뭐라고 하던가? 오직 인간만이 상위 존재에 떡 버티고 있어 자기의 이익과 자기의 편의를 위해 자기의 잣대를 들이 밀어 길면 자르고 모자라면 늘여 맞추는 극도의 이기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존재의 이유를 우리가 흔히 쓰는 업(業 karma)이라고도 한다. 지금 이렇게 모양을 가지고 현존하는 데는 그럴만한 전제 조건이 있다. 나는 나의 부모의 결합에 의해서 내가 있게 됐으며, 사회는 사회 구성원의 결합으로서 단위별로 되어 있다. 더 큰 사회는 한 나라를 이루게 된다. 어떤 '행위나 필요의 결과물을 業' 이라고 한다. "아이고! 전생의 무슨 업을 지었길래…" 라는 말은 전생에 무슨 행위를 했길래 지금 이런 결과로서의 처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의 업으로 내가 있는 것을 사업(私業)이라고 하고, 사람들 모두의 업으로 한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을 공업(公業)이라고 한다. 개인별로 존재 하는 것은 사업이고, 사회별로 이루어진 것들은 공업이다. 나의 마음은 나를 이루고,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세상을 이룬다. 사회가 시끄럽고 극단적인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公業과 公業과의 싸움이다. 그들은 각기 상대방을 불신하고 배척한다. 친절과 배려와 신뢰는 온데간데없고 제가끔 외계인 취급을 하고 있다. 말이 안 통하고 목표나 목적도 각각 다르다.

▶신뢰는 믿고 의지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둘 다 이득을 보게 된다. 믿는다(信)는' 사람의 말은 심중에서 우러나는 거짓 없는 것' 이라는 데서 나왔다고 한다. 진실되면 믿음이 가고 거기에서 공경심(恭敬心)이 우러나온다. 상대의 처지가 나의 처지라 여겨 이리저리 마음을 써 주다 보면 상호간에 믿음이 생겨나 서로 존중하고 공경하는 마음도 따라서 생겨난다. 같이 숨 쉬고 같이 살아가면서 서로 외계인 보듯 하진 않을 것이다.

물질이 넘쳐 나는 풍요로움 속에서 공허(空虛)함을 느낀다. sex의 절정이 지난 뒤에 공허함을 느낀다. 아름다운 여인을 쟁취한 뒤에 공허함을 느낀다. 만족을 느낀 뒤에는 반드시 공허함이 뒤 따른다. 이런 심리 상태들은 모두 헛것을 느끼고 가지려, 외형을 좆아 헤맨 후 얻은 환상들이다. 먹고 살기 바쁘면 공허함이 스며들 틈이 없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사회적인 사건 사고들은 소위 말해 '배부른 흥정' 일 뿐이다.

▶민주와 자유라는 이름으로 사상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개인의 인권을 부르짖으며 할 말 못할 말이 난무 한다. 이런 모든 경향은 이 사회가 풍족하다는 반증(反證)이다. 먹을 것이 넘쳐나고 살기가 너무 편해져서 넘지 말아야할 선도 무너뜨리며 자신의 공허함을 달래고 있다. 본래 공허함은 없는 것인데 어디서 따로 공허함을 만들려 하는가? 公業에서 私業을 따로 따로 떼어 내어 점검하고 수정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점검하고 수정한 私業들을 이리저리 그러모아 새로운 公業을 만들어 유지해 나가야 한다. 그렇게 하는 비결은 배려심을 길러 서로 신뢰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같은 얼굴, 같은 핏줄, 같이 존 재 하는 공동체에서 서로 외계인을 대하듯 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친절과 나눔은 친절과 나눔을 낳고/ 대립과 투쟁은 대립과 투쟁을 낳고/ 시기 질투와 탐욕은 시기 질투와 탐욕을 낳는다/ 이것이 業의 세계 이다.」
이세형 기자  yeoju-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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