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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률의 '파리사냥'
독자 오피니언
김진성 기자 / yeoju-21@hanmail.net입력 : 2010년 07월 12일(월) 17:01
ⓒ 동부중앙신문(주)
오월도 벌써 중순을 지나 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서 농촌은 요즈음이 가장 바쁜 계절이다.
오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데 앞마당의 꽃밭은 목단꽃의 화려함 하나로도 눈이
부시다.
이 좋은 계절에 본의 아니게 파리사냥에 빠져들었다.
낮에는 삼복더위처럼 덥고 아침저녁이면 몸이 으스스 할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니까, 파리란 놈들이 낮에는 바깥에서 멋대로 활동을 하다가 저녁이면 공장의 작업장안으로 우르르 몰려든다. 따뜻하게 가마불도 때놓았겠다, 공장일에 바쁜 내가 저들을 공격권 밖으로 내 놓으니까, 완전 파리들의 찜질방이다. 가만히 앉아서 찜질만하고 한낮에 밖에서 놀다오면 누가 뭐라나.

우리 옛 속담에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고 이 파리란 놈들이 자기들의 환경이 너무 좋으니까, 가만히 앉아서 작업을 하는 나에게 슬슬 추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의 몸 환경이 그들에게 원인제공을 했을테지만........."
자꾸 나한테 달려들어 내 입 옆을 빨아대질 않나, 머리꼭대기에 붙어서 윙윙거리질 않나, 슬슬 나의 심사를 뒤틀어 놓기 시작했다.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살생의 유혹이 점점 강하게 다가왔다. 성질이 급한 나는 곧바로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오늘 날짜가 너희들 입관일이다"
부리나케 작업장을 나와 집으로 올라와 온 집안을 뒤지니 드디어 이들을 깡그리 제거할 신형무기 에어졸 깡통이 하나 나왔다. 아내가 사다놓은 것 같은데 깡통이 묵직한 것으로 보아 저들을 모두 살상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이다.
우선 주변정리부터 했다. 열려있던 모든 창문들은 닫고 ,각 장업장을 격실해서 이들을 한 곳으로 몰아넣었다 저들이 도망칠 수 있는 퇴로는 모두차단하고 에어졸 폭탄을 마구마구 분사했다.
잠깐사이에 한 깡통을 모두 써버렸다. 신형이라 그런지 향기도 역겹지 않고 향수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벌써 나가 꼬꾸라져야할 놈들이 안개속의 포연속에서도 유유자적 하고 한 놈도 죽는 놈이 없이, 나를 향해 다시 농을 걸 태세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인가?"
소탕작전 전보다 되래 더 우쭐거리고 있는 파리새끼들을 보니 부화가 있는 대로 치밀어 올랐다.

무언가 잘 못된 첫 번째 소탕작전에 이어 두 번째로는 작년에 쓰다남은 모기향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모기향작전은 잘못하면 물귀신작전이 될 것 같기도 했다. 한 두덩어리를 피워서는 넓은 작업장 안의 파리들을 모조리 박멸하기도 어렵거니와 여러개를 피울 경우 매케케한 모기향 냄새 때문에 나도 한동안 작업을 포기해야 한다.
"참!, 그렇다, 맞아 그게 있었지."
궁하면 통한다고 좋은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쳤다.
창고 한 귀퉁이에서 본 쥐끈끈이 생각이 난 것이다.
쥐끈끈이를 꺼내서 것 면의 광고를 보니 "쥐 박멸, 파리 박멸"이라고 큼직하게 써 있다.
이제 파리명당을 찾아야 한다. 이리저리 한참을 헤맨 끝에 파리가 가장 많이 사뿐히 내려앉을 곳에 저들의 황천행 카펫을 깔았다. 저들의 칠성판을 내려다보며 김소월의 시 한 구절을 읊조렸다
"사뿐히 즈려 밟고 오시옵소서."

파리들의 호기심도 나의 호기심 못지않아서. 이놈들이 금시에 황천행 카펫주변에 모여 들기 시작했다. 이놈들의 세계도 인간세계와 별 다름 없어서 성질 급한 놈은 단번에 날아들어 끈끈이 속에 휘감기고 또 어떤 놈은 수십 번을 유유자적하며 끈끈이 옆에 내려 앉았다 다시 날아가고, 또 어떤 놈은 친구를 유혹해 같이 와서 자빠지고, 카펫 주변을 서성이며한 발만 살짝 담궜다가 "어이쿠......." 하며 발을 비틀어 빼는 놈, 삶과 죽음이 눈 깜빡 할 새에 교차되는 생생한 현장을 앞에 놓고 나는 바쁜 일도 잊은 채, 오프라인상의 모니터에만 열중했다.
한참을 그 곳에 열중하니 내 자신이 파리들과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는 착각이 들었다.
약으로 한 번에 박멸했다면, 이런 끈끈이의 능력을 발견하지 못 했을 텐데............끈끈해서 끈끈이라기보다, 가만히 두러 누워서 끈질기게 저들을 낚아 올리니 끈끈이다.
끈끈이의 매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끈끈이의 모니터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살생놀이에 열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아내의 힘찬 육성이 들려왔다.
"아이구, 공장에다 웬 놈의 방향제를 이렇게 많이 뿌렸어!"
"비싼 거라서 아껴 쓰는 것인데........."
"으응, 손님이 오신다고 해서 좀 뿌렸어............"
김진성 기자  yeoju-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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