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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대강 반대하던 수경스님 사라져…
휴대전화·메일계정 해지한채 지난 13일 잠적
김진성 기자 / yeoju-21@hanmail.net입력 : 2010년 07월 09일(금) 07:02
신륵사 여강선원에서 사대강 사업 반대를 촉구하며 외로운 투쟁에 나섰던 수경스님이 지난 13일 잠적했다.
↑↑ 지난달 31일 입적한 문수스님 추모제에서 수경스님은 고뇌에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동부중앙신문(주)

지난 3월 여강선원을 개소해 지역별 환경단체와 함께 사대강 사업에 적극 반대해온 수경스님은 지구의 벗(국제환경단체) 니모베시 의장의 여강선원 방문으로 주목을 받아왔으며, 화계사 주지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소임을 내놓겠다는 자신의 심경을 밝힌 글 한편을 남긴 채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또한, 스님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불교계 환경운동은 물론 수경스님을 중심축으로 진행되어 온 시민사회단체의 환경운동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소신공양을 받친 문수스님의 뜻에 깊은 고뇌에 빠진 결과가 아닌가”하고 예측하며 “또다른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수스님이 입적한 다음 날인 지난 1일 수경스님은 “이제 큰 결단을 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라는 말로 착잡한 심경을 내비쳤으며, 5일 조계사에서 열린 국민추모제에서는 “더 이상 저처럼 거리로 나서는 수행자들이 없게 해주길,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 저는 당장 바랑 지고 산골로 들어가 촌로로 살 것”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수경스님은 최근 문수스님 입적 이후 줄곧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을 맞았으며, 피로 누적에 의한 탈진으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현재 스님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와 이메일 계정은 해지된 상태로 행보가 불투명하다.

수경스님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 놓고 여강선원을 떠났다.

다시 길을 떠나며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떠납니다.
먼저 화계사 주지 자리부터 내려놓습니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남은 인생은
초심으로 돌아가 진솔하게 살고 싶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을 해서는 안 된다.”
초심 학인 시절, 어른 스님으로부터 늘 듣던 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그런 중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칠십, 팔십 노인분들로부터 절을 받습니다.
저로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더 이상은 자신이 없습니다.

환경운동이나 NGO단체에 관여하면서
모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한 시절을 보냈습니다.
비록 정치권력과 대척점에 서긴 했습니다만,
그것도 하나의 권력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원력이라고 말하기에는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을 보면서 제 자신의 문제가 더욱 명료해졌습니다.
‘한 생각’에 몸을 던져 생멸을 아우르는 모습에서,
지금의 제 모습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저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제 자신의 생사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가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살면 제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습니다.
대접받는 중노릇 하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위선적인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습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납니다.
조계종 승적도 내려놓습니다.
제게 돌아올 비난과 비판, 실망, 원망 모두를 약으로 삼겠습니다.

번다했습니다.
이제 저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습니다.

2010년 6월 14일
수경
김진성 기자  yeoju-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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