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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의 나무 이야기
겨울 숲에서 삶의 지혜를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6년 02월 25일(수) 17:25
겨울 숲은 화려한 형용사가 지워진 한 편의 담백한 문장과도 같습니다. 잎이라는 수식어를 내려놓은 나무들은 오직 줄기 하나로 서서, 살아온 시간의 문장을 온몸에 새긴 채 우리 앞에 섭니다. 그 침묵의 기록 속에서 우리는 삶의 교훈을 읽습니다.

↑↑ (거북 등을 연상하게 하는 소나무 수피는 성장의 깊이를 보여준다)
ⓒ 동부중앙신문
먼저 소나무(Pinus densiflora)의 나무껍질을 살펴봅니다. 거북의 등껍질처럼 갈라진 껍질은 상처가 아니라 훈장입니다. 안에서 밀어 올리는 생명력을 감당하며 터져 나온 흔적입니다. 세월의 균열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버텨낸 증거입니다. 우리 삶의 갈라짐도 그렇지 않을까요. 시련이 남긴 갈라짐의 깊은 골은 실패의 표시가 아니라,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 자리입니다. 아픔을 통과한 마음만이 타인의 추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 (하얀 보호색의 자작나무 겨울을 이기는 힘)
ⓒ 동부중앙신문
어둠 속에서 유난히 빛나는 자작나무(Betula pendula)는 또 다른 지혜를 건넵니다. 순백의 껍질은 겨울 햇빛을 반사해 동해를 막는 방패입니다. 얇지만 여러 겹으로 겹쳐 있어 매서운 바람에도 자신을 지켜냅니다. 세상이 차가울수록 우리는 더 거칠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작나무는 말합니다. 혹독한 계절일수록 내면의 빛을 잃지 말라고. 순수함은 약함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고결한 전략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갈참나무의 갈라진 틈은 숲속 생태계의 보고)
ⓒ 동부중앙신문
묵직한 존재감으로 서 있는 갈참나무(Quercus aliena)의 깊은 주름은 숲의 안식처가 됩니다. 그 틈은 수많은 생명에게 집이 되고, 보이지 않는 생태계를 떠받칩니다. 진정한 권위는 번쩍이는 외형이 아니라 누군가 기대어 쉴 수 있는 깊이에서 나옵니다. 말이 많지 않아도 좋습니다. 제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사람, 타인의 무게를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숲의 버팀목입니다.

↑↑ ( 반지르르한 윤이 나는 노각나무 수피는 껍질을 벗어야 얻을 수 있다.)
ⓒ 동부중앙신문
비움의 미학을 보여주는 노각나무(Stewartia koreana)는 오래된 껍질을 과감히 벗어 던집니다. 그 아래 드러난 매끄러운 몸은 새로 빚은 도자기처럼 맑습니다. 낡은 영광과 습관을 붙들고 있으면 결코 새로워질 수 없습니다. 때로는 벗어내야 합니다. 익숙함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어제보다 투명한 오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쇄신은 상실이 아니라, 더 나은 자신을 향한 결단입니다. 낯선 아침을 절대 두려워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 비우고 맺음을 반복하며 자라 오르는 대나무)
ⓒ 동부중앙신문
속을 비워 곧게 서는 대나무(Phyllostachys reticulata)는 또 다른 길을 보여줍니다. 비어 있기에 꺾이지 않고, 마디가 있기에 더 높이 자랍니다. 삶의 마디는 멈춤이 아니라 도약을 위한 쉼표입니다. 욕심을 덜어낼수록 우리는 가벼워지고, 가벼워질수록 멀리 갑니다. 채움보다 비움이, 강함보다 유연함이 우리를 오래 서 있게 합니다.

겨울나무의 나무껍질은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선택입니다. 버팀, 빛남, 깊어짐, 벗어남, 비움. 이 다섯 가지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나는 지금 어떤 결의 수피로 이 겨울을 지나고 있는가.”

잎과 꽃이 사라진 자리에서 우리는 진짜 자신을 만납니다. 박수와 조명이 꺼진 뒤에도 남는 것은 오직 삶의 결입니다. 언젠가 봄이 오면, 우리는 다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겠지요. 그러나 그 화려함을 떠받치는 힘은 겨울에 단단해진 나무껍질에서 비롯됩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십시오. 당신의 몸과 마음에도 이미 고유한 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갈라진 자리, 벗겨진 자리, 깊어진 주름과 단단해진 마디들. 그것이 바로 당신이 버텨온 증거이며, 다시 피어날 약속입니다.

겨울 숲은 말없이 가르칩니다.
견딘 사람만이 깊어지고,
빛을 지킨 사람만이 따뜻해지며,
비운 사람만이 높이 자란다고.
이 겨울이 지나면, 당신의 무늬는 더욱 선명해질 것입니다.
인고의 시간이 물러가고 찬란한 봄이 다가옵니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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