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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의 나무 이야기 -귤나무-
황금의 섬을 만든 귤나무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5년 12월 23일(화) 16:50
↑↑ (무성한 열매로 가지가 축 늘어진 귤나무)
ⓒ 동부중앙신문
귤나무, 온주밀감 학명: Citrus unshiu (Yu. Tanaka ex Swingle) Marcow.는 운향과에 속하는 작은 키의 늘푸른나무로, 우리나라 제주도 및 남해안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관상용으로 쓰이거나 열매인 귤을 재배하기 위해 과수원을 조성하고 다양한 품종이 육성되어 세상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잎은 타원형이며 길이는 5~10cm, 넓이는 4cm 내외 정도 한다. 잎은 짙은 녹색을 띤다. 귤나무는 귤이 달리는 모든 나무의 총칭이며, 제주에서 유통되는 귤은 온주밀감 계통이 다수를 차지한다.

내한성이 약하기 때문에 따뜻한 온도와 적절한 햇빛이 귤나무를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하다. 제주도가 아니라도 남부 경상남도, 전라남도에서는 그나마 밖에서도 겨울을 날 수 있는 편이지만,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낮은 겨울 온도 때문에 밖에서는 재배가 어렵다. 온실에서 키워야 한다. 중부 지방에서는 집 안에서 관상용으로 기른다.

귤나무는 특히 제주와는 단순한 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한 섬이 자연과 타협하며 살아온 방식이자, 지역 공동체가 세대를 넘어 지켜온 생업의 기록이다. 오늘날 귤은 너무 흔해져 그 가치를 잊기 쉽지만, 이 주황빛 과일에는 천 년에 가까운 제주의 오랜 시간이 농축되어 있다.
현재 귤 재배의 정점이 되는 온주밀감은 1911년 프랑스인 Esmile J. Taque(한국 이름 엄택기) 신부가 일본에서 가져온 온주밀감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제주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일본으로 보내주고 온주밀감 묘목을 받아다 키우게 된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온주밀감은 제주의 토종 귤에 비해 씨앗이 없고 껍질이 얇다. 당도가 높고 수확량이 많은 경제성을 지니고 있어 재배자나 소비자에게 인기를 누린다.

↑↑ (귤 그리고 활짝 핀 동백은 제주의 상징이다.)
ⓒ 동부중앙신문
이후 귤은 제주인을 먹여 살리는 ‘생명 산업’으로 불린다. 지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농민들은 귤나무를 ‘대학 나무’라 불렀다. 귤나무 몇 그루만 있으면 자녀 대학 학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수익성이 높은 귀한 나무였다. 이 귀한 나무는 제주 섬을 황금으로 물들인다.
토종 귤나무가 제주에 뿌리를 내린 것은 통일신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교 사절을 통해 전해진 귤나무는 화산토와 해풍, 온난한 기후라는 제주만의 조건 속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귤은 임금에게 올리는 진상품으로 관리되었고, 국가는 제주에 귤림을 조성해 직접 재배와 수확을 통제했다. 이는 귤이 단순한 과일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 자원이었음을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제주의 귤나무 재배는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다. 강한 바람을 견디기 위해 돌담을 쌓고, 나무를 낮게 키우며, 바람길을 계산하는 재배 방식으로 발전한다. 자연을 거스르기보다 받아들이는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스며 있다. 귤은 이렇게 자연과 인간의 협업 속에서 살아남았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제주 특유의 귤밭 풍경이 형성되었다.

귤은 생육 환경에 매우 민감하여 중국의 고전에도 등장한다. 고전에 “회수(淮水)를 건너면 귤이 탱자가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를 한자로 회귤화위지(淮橘化爲枳)라 한다. 본래 달콤한 귤나무도 자라는 땅과 기후가 바뀌면 성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 말은 단순한 식물학적 현상을 넘어 환경·정치·인간·문화의 본질을 설명하는 상징적 문장으로 오늘날까지 살아 있다.

↑↑ (막 수확한 귤이 소비자를 기다리고 있다. )
ⓒ 동부중앙신문
회귤화위지는 전국 시대 고전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등장한다. 핵심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초나라 왕이 제나라 사신으로 온 안자를 얕잡아 보며 조롱하듯 말한다.
“제나라 사람들은 도둑질을 잘한다. 지요?”
그러자 안자는 조용히 이렇게 답한다.
“회수 남쪽에서 자라는 귤은 달고 훌륭하지만,
회수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됩니다.
모양은 비슷하나 맛은 쓰지요.
이것이 귤의 탓입니까, 아니면 땅의 탓입니까?”
그리고 말을 잇는다.
“제나라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도둑이 아니지만,
초나라에 오면 도둑이 된다면
그것은 사람의 본성이 아니라 초나라의 풍토 때문이겠지요.”
초나라 왕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나무뿐이랴. 사람이 변하는 것은 본성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질서와 정치,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고전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정치, 문화, 경제가 이 시대의 사람을 만들어 낸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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