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노란 단풍이 일품인 반계리 은행나무 13개에 달하는 지팡이를 짚고 있다 | | ⓒ 동부중앙신문 | |
2024년 12월, 대한민국 최고령 은행나무의 역사가 바뀐다. 천연기념물인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의 수령이 1,317년인 것으로 조사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당초 800여 살로 알려졌던 나이보다 무려 약 500년의 역사가 추가된다. 이 결과는 대한민국 은행나무 중 최고령임을 나타내는 나무 역사상의 대사건이자, 노거수를 판단하는 새로운 기준이 적용됨을 시사한다. 이 은행나무는 1964년 천연기념물 167호로 지정 당시 이미 800년으로 추정되었다. 해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말부터 11월 초순이면 이 일대는 대혼잡을 이룬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은행나무의 모습은 세계 속으로 파송되어 나가고, 이를 감상하기 위한 수많은 방문객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높이 32m, 나무 허리둘레는 16.27m에 이른다. 키나 둘레의 제원은 물론, 나무를 360도 돌아보면 수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바라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나무의 모습은 다양한 자태를 연출한다. 웅장하고 건강한 나무의 모습은 경외감마저 일으킨다. 42번 국도변에 있는 이 은행나무는 산이 아닌 평지에 자리하고 있어 만나보기가 수월한 것도 장점 중 하나다. 나무 한 그루가 거느린 주차면이 200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주차장에 주차하면 1분 이내에 이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 나무가 천연기념물로 관리받는 나무이기는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각별한 관심이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평가다. 주변에는 은행나무가 만일의 사태에 피해가 없도록 충분한 관람 거리와 넉넉한 생육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낙뢰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의 피뢰침까지 설치됐다. 800여 살에서 최고령 은행나무라는 고증을 거치기까지는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했다. 원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사는 국립산림과학원의 과학적 분석으로 객관성과 과학적 측정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그동안 두루뭉술하던 나무의 나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  | | | ↑↑ 반계리 은행나무는 다간(多幹)으로 우듬지가 7갈래나 된다 | | ⓒ 동부중앙신문 | |
반계리 은행나무는 7개의 다간(多幹·여러 줄기)에 버팀목 13개의 지팡이를 짚고 있는 거목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각 개체 간 유전자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가유산청에 한 그루로 등재된 점을 참작해, 나무 높이와 둘레를 한 그루의 나무로 분석했다고 한다. 노거수(老巨樹) 나이 조사는 보통 나무를 뚫어 나뭇조각을 추출해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법과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법을 사용한다. 다만 생육 중인 천연기념물에서 직접적 나뭇조각 추출이 어려워, 수령 추정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라이다(LiDAR) 스캔 조사를 활용한 디지털 생장 정보를 토대로 수령을 측정한다. 국내에는 반계리 은행나무 외에도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 1,018세 추정, 구리시 아천동 은행나무 931세 추정,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은행나무 550세 추정 등 정밀 신체검사를 받은 나무들이 나이와 건강에 대한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  | | | ↑↑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를 안내하는 안내판 | | ⓒ 동부중앙신문 | |
반계리 은행나무는 아주 오랜 옛날(추정된 나이로 보면 1,318년 전) 어떤 대사가 이곳을 지나가다가 물을 마신 뒤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자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나무가 싹 틔운 시대를 역사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신라는 삼국을 통일하고 번영을 구가했으며, 대조영은 발해를 건국하고 체제를 정비하던 시대이기도 하다. 또, 가을에 이 나무가 단풍이 일시에 물들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든다는 전설도 있다. 나무 안에는 귀가 달린 흰 뱀이 살고 있어 나무를 함부로 건드리면 뱀에게 물린다는 신비로운 이야기도 전해온다.
거목에 전해오는 꺾꽂이 설화는 단골 메뉴이기는 하지만, 은행나무의 특성 중 하나는 꺾꽂이가 잘되고 강인한 생명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 땅에서 가장 오랜 세월을 살아온 화석 식물이라는 강점도 갖고 있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에서도 다시 움트는 기적의 식물이라 불리기도 한다. ‘1문 1강 1목 1과 1속 1종’만이 현존하는 식물로, 살아 있는 화석으로 취급된다. 한국에는 흔한 듯 보이지만 나무의 세계에서는 친척 하나 없는 외로운 나무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환경과 생태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숲과 나무가 주목받는 시대다. 거목이 하루아침에 태어날 수는 없지만, 800여 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던 나무를 대한민국 최고령의 1,318세 은행나무로 밝혀낸 일은 깊은 관심과 준비 없이는 이루어낼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환경과 생태를 존중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다.
미래의 세기는 환경과 생태를 잘 가꾸는 지역이 인기를 누리며 주목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 주변의 나무 한 그루라도 정성스럽게 가꾼다면 지역의 경제를 지탱하는 거목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