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단풍으로 물든 초가집 호롱이 정겹다) | | ⓒ 동부중앙신문 | |
산야가 황홀한 단풍으로 물들면, 세상 사람도 단풍 같은 마음이 물든다. 화려한 단풍 속으로 빠져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황홀경에 젖는다. 아름다운 가을을 찬미하고 영원히 그 속에 묻히고 싶어 한다. 단풍을 찾아 나선 사람들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서로의 눈빛이 마주치면 환한 미소로 화답한다. 얼굴도 마음도 화려하게 물든다. 저 형형색색 고운 손짓은 누구를 향함인가. 저 화려함을 누구에게 전하는 선물인가! 곱고 고운 단풍 속으로 꿈결처럼 빠져든다. |  | | | ↑↑ (가을이 깊어가는 산사) | | ⓒ 동부중앙신문 | |
산이 붉다. 노랗다. 파랗다. 서로서로 조화로우니 화려하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가을, 산문 앞에서 스님은 발길을 멈추고 제자를 불러 세웠다.
“얘야, 저 단풍을 보아라. 저 불길은 누구의 마음이 타는 것이냐?” 제자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스님, 세상은 가을빛으로 물들었으니나무도, 산도, 사람의 마음도 타오르는 듯합니다.”
스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바람 속에서도 고요했고, 목소리는 종소리처럼 깊었다.
“그렇다. 그러나 저 붉음은 오래 머물지 않느니라. 며칠이 지나면 바람에 흩어지고 눈 속에 묻히리라. 그대의 마음 또한 그러하지 않더냐?”
제자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때, 스님이 손을 들어 단풍잎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 잎을 보아라. 봄엔 푸르고, 여름엔 짙으며, 가을엔 붉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는 듯하나, 실은 언제나 달라지느니라.”
그리고 스님은 그 잎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말했다.
“이것이 곧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니라. 보이는 빛과 형상, 그 모든 것은 공한 것.그러나 공이라 하여 허무한 것이 아니요, 비어 있기에 모든 빛이 담기느니라. 이것이 곧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니라.”
스님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이윽고 다시 말했다.
“얘야, 단풍이 붉은 까닭을 아느냐? 그것은 떨어질 날을 알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다하여 빛나는 까닭이다.”
제자는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잎이 바람결에 흩날리며, 해 저문 산허리를 불빛처럼 물들였다. 그 순간 제자의 마음에 문득 이런 깨달음이 스쳤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이며, 사라짐 또한 살아 있음이구나!’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붉은 잎이 땅에 떨어져도, 그 빛은 사라지지 않고 흙이 되어 나무를 살리느니라. 그대도 그러하리라. 세상에 머무는 동안,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빛나거라.”
바람이 불고, 종이 울렸다. 가을 산은 여전히 붉고, 그 붉음은 어느새 제자의 마음속에 번져 있었다.
단풍은 말한다. “내가 붉은 것은, 사라질 날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곧 ‘색즉시공’, 비어 있음이 곧 충만함이요, 사라짐이 곧 다시 피어남이다. 공즉시색(空卽是色), 공한 것이 바로 형상이 된다.
바람이 지나간다. 잎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 속에 나도 흔들린다. 붉은 잎 한 장, 땅에 닿아 사라지나 그 자리에 봄이 숨 쉰다. 있음은 곧 없음이요, 없음은 곧 있음이라. 이 마음이 고요할 때 온 세상이 피어난다. 단풍이 진다는 것은 과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생명이 다시 시작되는 찰나의 순간이다
|  | | | ↑↑ (황금빛으로 물든 은행나무를 둘러싸고 열광하는 사람들) | | ⓒ 동부중앙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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