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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의 나무 이야기 -모과나무-
참외가 열리는 나무?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5년 10월 28일(화) 16:18
↑↑ (곱게 피어나는 모과나무꽃)
ⓒ 동부중앙신문
이 땅에 살아가는 나무들이 저마다의 독특한 생존 방법을 구사하고 있지만, 모과나무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네 번은 놀라야 이 나무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이 나무의 특징 하나하나는 다른 나무에 비하여 독특한 면이 있다. 찬찬히 살펴보면 스스로 자신의 인생살이를 되돌아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선조들의 가르침이다.

모과나무(학명: Pseudocydonia sinensis (Thouin) C.K.Schneid.)는 장미과의 교목으로, 봄이면 분홍빛 예쁜 꽃이 피어난다. 가을에는 단풍이 드는 넓은 잎과 특유의 ‘모과’라 불리는 열매가 익어간다. 나무껍질이 얼룩무늬를 띠고 있으며, 근육처럼 불끈불끈한 몸매가 다른 나무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나무에 열리는 ‘참외’라는 의미를 지닌 모과(木瓜)는 가을이면 노란빛으로 익어, 흡사 잘 익은 참외를 연상케 한다. 식품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모과에는 비타민 C가 많아 겨울철 감기는 물론 기관지를 보호하여 폐렴을 예방하고, 가래를 가라앉히는 효능도 있을 뿐만 아니라 칼륨과 미네랄이 풍부해 몸속 나트륨 배출을 돕는다고 소개한다.

↑↑ ( 모과나무의 얼룩무늬 나무껍질과 근육질 모습이 이채롭다.)
ⓒ 동부중앙신문
모과나무를 보고 놀라는 첫째 이유는 모과 열매가 너무 못생겨서 놀라고, 둘째는 못생긴 열매의 향기가 너무 좋아서 놀란다. 셋째는 향기 나는 과일을 베어 물면 딱딱함과 텁텁함에 놀라며, 넷째는 생으로 먹기에는 불편하지만 뛰어난 한약재로 다양한 쓰임새에 다시 놀란다는 것이다. 못생겨 실망하지만 그윽한 향기에 매료되고, 맛을 보려 한입 베어 물려다 딱딱함에 주춤하지만, 몸에 좋은 성분이 가득하여 바구니에 다시 집어 담는 과일이 모과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라는 말은 모과 열매가 못생긴 것을 꼬집은 것이지만, 요즘 모과는 성형수술을 한 것인지 열매도 아름답고 향기가 그윽한 점이 특이하다. 옛 선비들도 모과의 향기를 즐겼다는 기록이 즐비하다. 서가에도 모과가 한 자리 차지한다. 은은한 향기는 물론 좀벌레로부터 책을 보호한다. 요즘은 모과를 승용차에 놓아두어 탁한 공기를 걸러내고 자연 향을 즐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나무의 쓰임새도 예사롭지 않다. 옛 사대부의 고택이나 서원, 사찰에는 이 나무를 가꾸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남아 있다. 나무의 수형이 아름다워 정원수로도 인기가 있으며, 모과의 향기는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건강과 화목한 가정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어 수호목으로 인기를 누렸다. 특유의 얼룩무늬 나무껍질과 모과의 상징성은 목표를 가진 선비나 수행자의 마음을 가다듬는 내면의 가늠자였다. 모과나무는 향기로 복을 부르고, 떫은맛으로 인내를 가르치며, 겉모습만으로 사물을 판단하지 않는 혜안을 선사했다는 것이다.

↑↑ (노랗게 익어가는 모과는 나무에서 열리는 ‘참외’란 뜻이 있다.)
ⓒ 동부중앙신문
이러한 모과나무에 재미있는 전설 한 토막이 없을 수 없다. 옛날 도력이 높은 스님이 외나무다리를 건너가고 있었다. 앞쪽 외나무다리 위에 무언가 꿈틀대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니 큰 뱀이 외나무다리를 감고 있으면서 건너오는 스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인기척을 알아챈 뱀은 긴 혀를 내밀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스님은 진퇴양난이었다. 외나무다리를 계속 건너자니 뱀이 가로막고, 뒤로 돌아가자니 자칫 다리에서 떨어질 것만 같은 위기에 봉착했다. 난감해진 스님은 외나무다리에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이 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정성으로 기원했다. 스님의 기도가 상달한 것인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바람기 한 점 없던 날씨였는데도 가지를 길게 뻗은 모과나무에서 모과 하나가 뱀의 머리 위로 뚝 떨어졌다. 하늘에서 날벼락을 맞은 뱀은 그대로 물에 떨어지고 어딘가로 사라져 자취를 감췄다. 스님은 외나무다리를 건너서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었다. 이러한 일이 생긴 후 모과는 ‘성인(聖人)을 보호한 열매’라는 뜻으로 ‘호성과(護聖果)’라는 별칭을 얻게 된다.

모과나무는 나무 재질 또한 우수한 나무다. 옛날 고급 장롱과 문갑을 만드는 데 모과나무를 사용했다고 한다. 모과나무는 목질이 치밀해 정교한 음각이 가능하고, 오래 사용해도 찍힘이 일정하다. 도장으로 사용할 때는 겉껍질의 옅은 갈색 무늬를 일부 남겨 자연미를 살리기도 하고, 조선 후기 사대부들 사이에서는 모과목 인장이 청렴과 고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선비의 서재를 장식하는 벼루함이나 받침, 필통, 보석함, 약함, 찻잔이나 다과상으로도 제작되어 애용되는 귀한 나무였다. 표면이 매끄럽고 향이 배어 벌레가 잘 생기지 않아 귀중품을 보관하기에 적합했다.

현재에도 서원, 사찰, 정원에서 모과나무를 만날 수 있다. 수형을 다듬기에 따라 관상 가치가 뛰어나고, 분재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나무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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