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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의 나무이야기 - 손기정 월계수에 숨겨진 비밀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5년 09월 19일(금) 17:16
선수가 메인 스타디움에 들어서자 우렁찬 팡파르가 울려 퍼진다. 마지막 결승점을 향하여 전력 질주하는 마라토너는 세계인을 감동으로 몰아넣는다.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인파가 기립박수를 보낸다. 지구촌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금메달과 나무 한그루도 상으로 받는다. 머리에는 이 나무로 만든 영광의 관이 씌워 지고, 우렁찬 국가가 울려 퍼진다. 1936년8월9일 승리자의 생생한 모습은 손기정 기념관에 기록과 영상으로 남아있다. 기념관을 둘러싼 정원에는 그날 상으로 받았다는 나무가 월계수로 표시된 표석 옆에 우람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 (베를린 올림픽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마라톤 1위의 우승자 손기정)
ⓒ 동부중앙신문



대한민족이 나라를 빼앗기고 비탄에 잠겨있을 때 손기정선수의 쾌거는 민족의 가슴속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우리도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는 강한 믿음과 신념을 심어준다. 손기정 선수는 부상으로 받은 나무를 가슴에 안고 시상대에 섰다.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손기정선수의 가슴에 새겨진 일장기를 지워냈다. 조선의 아들임을 숨기지 않았다. 기쁨도 잠시, 서슬이 시퍼런 일본치하에서 마음껏 좋아할 수도 없었다. 귀국한 손기정 선수는 일본순사가 감시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일장기를 지워낸 신문사는 폐간과 정간이라는 탄압에 직면한다.

당시 손기정 선수가 히틀러로부터 받았다고 알려진 묘목은 현재 서울역 뒤 만리동 손기정 체육공원에 자라고 있다고 기록되어있다. 서울시 기념물 제5호로 지정된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는 손기정 선수의 불굴의 정신과 당시 쓰라린 역사를 간직한 의미 깊은 생명체다. 이 소중한 나무에 저 나무가 진정 월계수인가? 정말 히틀러가 수여한 나무일까? 하는 의문의 시선이 제기된다. 당시 사진과 기록에 있는 나무와 실제 자라고 있는 나무가 다른 모습이라는 것이 그 핵심이다.

서울시 기념물로 제정하고 관리하는 손기정 월계수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있다.


↑↑ (손기정 기념공원의 월계수 표석)
ⓒ 동부중앙신문

월계수(月桂樹)
승리(勝利)의 영광(榮光)을 위해 자라고 좀 더 높은 완성(完成)으로 나아가자.
1936년 8월9일 제11회 올림픽 대회(大會) 마라톤에서 우승(優勝)하여 당시(當時) 독일(獨逸) 총통(總統)인 히틀러로부터 손기정선수(先手)가 받은 상수(賞樹)
1983년 2월 8일  양우 체육회 건립



위의 표석을 읽어보면 당시 베를린올림픽에서 히틀러로부터 받은 상수이고 머리를 장식한 나뭇잎은 당연 월계수로 생각한 것 같다. 세계최고임을 증명하는 상수=월계수, 그리고 영예의 승리자가 머리에 쓰는 관은 ‘월계관’으로 불리는 것에 착안하여 작성된 비문으로 해석이 된다. 이곳에 심긴 나무는 월계수가 아닌지라 사실보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글로 새긴 것으로 보인다.

월계관은 단순한 식물 장식이 아니라, 신화, 문화, 역사, 언어가 얽힌 복합적 상징 이다. 승리자에게 씌워지는 이유는 단지 멋있어서가 아니라, 신의 축복과 영광을 상징하는 상징성 때문이다. 그러면 월계수가 자라지 않는 지역에서도 월계수를 사용했을까? 손기정 기념공원의 월계수를 살펴보는 식물학자들은 궁금증을 감추지 않는다. 지금 자라고 있는 나무가 월계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미국산 대왕 참나무 [정명: Quercus palustris Münchh.) 집안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과 독일은 전쟁 중 이었다. 독일을 대표하는 로부르참나무를 제켜두고 미국의 대왕참나무를 수여할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독일산 로부르(Quercus robur) 참나무는 손기정선수 뿐만 아니라 각 종목의 우승자에게도 상수로 주어진다. 당시 종목별 우승자 130명에게는 독일의 상징인 로부르참나무 묘목이 심어진 화분을 부상으로 수여한 기록이 사진과 함께 남아있음을 식물학자는 지적하고 있다. 필자가 방문한 기념관 내부의 사진에도 대왕참나무와는 모습이 다른 묘목이 사진으로 등장하지만 한국 손기정 기념공원에는 미국산 핀 오크로 불리며 한국이름 대왕참나무가 자라고 있으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식물에 관심이 높아가는 국민은 이 나무에 숨겨진 비밀을 궁금해 한다.
↑↑ (손기정 월계수라 불리는 손기정 기념공원에 자라고 있는 대왕참나무)
ⓒ 동부중앙신문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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