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플라타너스 아래 미래를 향한 꿈이 익어간다.) | | ⓒ 동부중앙신문 | |
무덥다. 4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는 심신을 지치게 한다. 에어컨의 바람도 짜증이 날 즈음, 큰 그늘을 만드는 나무 아래로 가보자. 더워진 몸을 식히고 기분을 전환하기에 그만이다. 커다란 잎만큼이나 많은 양의 산소를 뿜어낸다. 웅장한 나무의 자태는 아빠의 어깨처럼 믿음직하다. 기대고 싶고, 투정하고 싶고, 그리고 위로받고 싶을 때 플라타너스가 제격이다.
플라타너스는 한국에서는 버즘나무라고 부른다. 세밀하게 구분하자면 버즘나무가 있고 양버즘나무, 단풍버즘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공원이나 가로수로 심긴 나무가 대부분 양버즘나무로 알려져 있다. 버즘나무(학명: Platanus orientalis L.)나 양버즘나무(학명: Platanus occidentalis L.)는 한 집안이다. 손바닥만 한 넓은 잎으로 단풍이 드는 큰키나무다. 40~50m까지 자라는 웅장한 수형을 자랑한다. 플라타너스(platanus)라는 이름은 그리스어의 ‘platys’라는 단어에서 유래한다. ‘넓다’는 뜻으로, 커다란 나뭇잎을 상징한다.
플라타너스는 전 세계 각지에서 가로수로 사랑받는 나무이며, 프랑스 파리, 영국의 런던 등 유럽의 대도시에서 거리를 장식한다. 플라타너스의 넓은 잎이 도시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고, 더운 철에 내뿜는 수분은 열섬 현상을 완화시키는 탁월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지치기를 하는 경우 맹아력이 강할 뿐만 아니라 빠르고 크게 자라는 특성이 있어 강력한 녹지대와 그늘을 만드는 데에도 뛰어나다. 척박한 토양과 가뭄에도 잘 견디며, 수백 년을 거뜬히 살아가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
페르시아가 원산이라고 알려진 플라타너스는 그리스 전성기 시대에 세계로 퍼져나간다. 유명한 철학자 플라톤이 언급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철학의 나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본래 플라톤의 이름은 ‘아리스토클레스(Aristokles)’인데, 레슬링 선수이기도 했던 플라톤은 어깨가 넓고 건장하여 ‘넓다’는 뜻에서 플라톤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창설한 아카데메이아 주변에는 플라타너스가 울창했다고 한다. 플라톤은 『파이드로스』에서 플라타너스를 언급했을 정도이니, 서양 역사와 플라타너스는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는 나무다. 트로이 목마도 플라타너스 나무를 깎아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스에서 유서 깊은 플라타너스를 가로수로 심고 철학자들은 그 그늘 아래서 사색과 토론을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에서 아리스토클레스는 ‘플라톤’이라는 그의 개성과 철학적 영향력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굳어지고, 플라타너스는 현대에도 철학의 나무로 사랑을 받는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에서 시작된 『파이드로스』와 소크라테스의 대화를 떠올리며 사유에 빠지는 것은 이 나무가 가져다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플라타너스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다. 플라톤에 빠져들며 이데아를 떠올린다면 당신은 어느새 철학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한국에서는 유럽과는 달리 플라타너스를 버즘나무라고 부른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버즘나무, 양버즘나무, 단풍버즘나무 세 종류가 등재되어 있다. 이는 나무껍질이 비늘마냥 떨어지면서 형성되는 모양이 아이들 얼굴에 버짐(‘버즘’은 ‘버짐’의 옛말)이 난 것과 비슷한 모양이라고 하여 수피의 특성에 따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 나무의 역사와 의미, 그리고 그 나무에 서려 있는 문화를 이해한다면 내 앞에 서 있는 나무의 실체가 달라 보일 수도 있다. 나무는 한 식물로서 끝나지 않는다. 그 나무는 내가 알든 모르든 지구 위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과 연결되어 있으며, 전혀 나와 무관한 나무는 없다. 북한에서는 이 나무의 열매가 방울과 홉사하다고 하여 ‘방울나무’라 부른다.
세계 3대 가로수로 플라타너스, 마로니에, 백합나무가 꼽힌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나무이지만, 버즘나무도 단점이 존재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다는 증명인지도 모른다. 봄철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솜털 같은 씨앗과 미세한 털이 호흡기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천식이나 비염이 있는 분들에게는 불편함을 준다. 플라타너스의 특징처럼 잎이 크고, 가을철 낙엽이 많아 청소가 번거롭고, 가지치기를 자주 해줘야 하는 관리상의 단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불편을 감수한다면,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는 플라타너스는 몸과 마음에 유익함을 주는 훌륭한 나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김현승의 플라타너스 속을 거닐어 보자.
「플라타너스」 -김현승-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 플라타너스, /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 플라타너스, /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올 제, / 홀로 되어 외로울 제, / 플라타너스, /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 나의 영혼을 불어넣고 가도 좋으련만, / 플라타너스, /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수고론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 플라타너스, /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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