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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의 나무이야기-노각나무
노각은 사슴의 뿔일까? 해오라기 다리일까?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5년 06월 24일(화) 13:49
↑↑ ( 붉은 계통의 얼룩무늬에 매끈한 수피를 자랑하는 노각나무)
ⓒ 동부중앙신문
차나뭇과의 노각나무는 지금이 꽃피는 철이다. 노각나무(학명: Stewartia koreana Nakai ex Rehder)는 낙엽이 지는 넓은잎 큰키나무로, 높이는 7∼15m까지 자란다. 나무껍질은 흑적갈색으로 큰 조각으로 벗겨져 얼룩진 무늬를 나타내며, 오래될수록 배롱나무처럼 미끈해진다.
↑↑ (여름 동백으로도 불리는 노각나무의 하얀 꽃)
ⓒ 동부중앙신문
 6~7월이면 동백꽃과 비슷한 하얀 꽃이 피어난다. 은은한 향기가 있다. 추위와 음달에서도 강하여 나무 밑이나 그늘, 해변가에서도 잘 자라는 한국의 나무다.

수피(樹皮)가 비단같이 아름답고 무늬가 고와 ‘비단나무’, ‘금수목(錦繡木)’으로 불릴 정도로 훌륭한 관상수다. 세계적으로 7종의 노각나무 종류가 분포되어 있으나, 우리나라 품종이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어로 ‘코리언 스튜어티아(Korean Stewartia)’로 불리며, 목질이 뛰어나 목기 제조에 적합하다. 남원목기의 명성을 높여온 나무가 노각나무다.

노각나무는 사슴 뿔 ‘녹각(鹿角)’을 닮은 모습이라 ‘녹각나무’에서 ‘노각나무’로 발음이 변했다는 주장이 있고, 해오라기 다리가 노란색에 세로무늬와 붉은 반점이 있어 ‘노각(鷺脚)나무’로 불린다는 해석이 공존한다. 노각나무의 수피를 관찰하다 보면 해오라기와 관련된 고사가 떠오른다. ‘와이로(蛙利鷺)’의 유래라고 주장하는 이 이야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 한 시대의 세상사를 이야기해 준다.
고려 시대의 걸출한 문인 이규보도 과거에 낙방하고 두문불출하며 신세를 한탄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은거하는 집 대문에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이라는 글귀를 붙였다. 이 시기에 임금(명종)이 암행을 나갔다. 저녁 해가 질 무렵 이곳을 지나다 왕은 하루를 묵고자 청했지만, 집주인은 정중하게 거절하며 조금만 더 가면 쉬실 만한 주막이 있다고 알려준다. 임금은 대문에 붙어 있는 글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물러나왔다.

주막으로 내려와 저녁을 해결하며 주모에게 외딴집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아, 그 산골 거사님요. 그 주인은 과거에 낙방하고 바깥세상과 단절하고 책만 읽으며 살아갑니다.’ 책만 읽고 살아간다는 말에 궁금증은 더욱 발동했다. 서민이나 지체가 높은 임금님이나 궁금증을 못 참는 건 비슷했던 모양이다.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도대체 개구리가 뭐길래 한이 된단 말인가? 임금은 이미 어둠이 내린 길을 다시 찾아 그 집으로 가서 사정사정하여 하룻밤을 묵어 갈 수 있었다.

안내한 잠자리에 들었지만, 집주인의 글 읽는 소리와 풀지 못한 궁금증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깊은 밤, 임금의 체통이나 결례를 무릅쓰고 주인장 면담을 신청했다. 사랑채로 건너온 주인장에게 도대체 대문에 붙어 있는 ‘유아무와 인생지한’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규보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조차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내기를 걸었다. ‘모든 걸 다 걸고 3일 후에 노래 시합을 하자’는 것이다. ‘해오라기’를 심판으로 하고 자신과 한판 겨루자는 거였다. 꾀꼬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지만, 그 내기를 수락하고 다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3일 동안 열심히 연습하였다. 틈틈이 까마귀의 모습을 살펴봤지만, 까마귀는 노래 연습은 안 하고 자루 하나를 가지고 논두렁에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심판인 ‘해오라기’에게 갖다 주고 뒤를 부탁한 것이었다. 약속한 3일 후, 경향각지의 수많은 동물이 모인 가운데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심판인 해오라기의 판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꾀꼬리는 너무나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장담했지만, 심판인 해오라기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이야기는 이규보가 불의와 불법으로 얼룩진 고려의 조정을 비유한 것이다. 실력이나 지식은 누구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는데, 돈이 없고 백그라운드가 없다는 이유로 과거를 보면 번번이 떨어지는 것을 비유해서 말한 것이다. 잠자코 이야기를 들은 임금은 “올해 임시 과거가 열린다는 소문을 듣고 나도 과거를 보러 가는 길”이라는 말을 남기고 그 집을 떠난다.

궁궐로 돌아온 임금은 임시 과거를 열 것을 명했다. 과거를 보는 날, 시험관이 내건 시제가 바로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이었다. 시험에 응시한 이규보는 그제야 그날 손님이 임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글을 써냄으로써 장원급제를 한다.

↑↑ (노각나무는 수형도 깔끔하다.)
ⓒ 동부중앙신문
한편, 누군가가 이 이야기에서 일본어 ‘와이로(賄賂, 회뢰(뇌물))’의 어원이라는 주장을 펴 이 소문은 시중에 회자되기도 하였다. ‘와이로(蛙利鷺)’에서 일본어 와이로가 유래했다는 것이다. 즉, ‘蛙利鷺’에서 까마귀가 개구리(와, 蛙)를 잡아다(이, 利) 이로운 일을 해오라기(로, 鷺)에게 한다는 것은 뇌물을 주고 승부를 가로챘다는 이야기다. 해오라기 다리를 닮았다는 노각나무를 바라보면 이규보의 ‘와이로’가 떠오른다.
—숲 해설가 원종태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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