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공원에 우뚝 선 모습이 다른 나무를 압도한다.) | ⓒ 동부중앙신문 | |
오뉴월의 싱그러운 초록 속에 유난히 돋보이는 나무가 있다. 하늘 향해 마음껏 자라오른 큰 키에 원추형의 수형이 단정하고 깔끔하다. 그야말로 나무에 군더더기가 없다. 이대로 나무가 마음껏 자란다면 어느 정도 크기까지 자랄 수 있을까? 고개를 뒤로 젖히고 나무 끝을 올려다본다. 많이 살아야 100년을 살아가는 인간이 수천 년을 살아가는 나무의 신비를 쉽게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지만 거목 앞에 서면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우람 장대한 높이와 팔을 아무리 벌려도 가늠할 수 없는 나무의 허리는 인간의 왜소함을 깨닫게 한다.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속도는 세계 최고나, 가장 크다거나, 가장 오래 산다. 등 희귀성이 뒤따르면 기억해 내기가 쉬워진다. 한국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용문산 은행나무가 있다. 그의 공식적인 키는 42미터로 알려져 있다. 천연기념물이자 1000년 이상 살아온 거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성장하는 데에는 자연재해라는 위협 외에도 인간의 간섭이라는 치명적인 요인이 잠재해 있다. 이러한 위험을 이겨내고 일천 년 이상 우뚝 살아왔다는 사실만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  | | ↑↑ (새의 깃털을 닮은 메타세쿼이아의 잎은 매우 부드럽다.) | ⓒ 동부중앙신문 | |
세계적으로 오래 살거나 큰 키를 자랑하는 나무들이 매스컴에 가끔 오르내린다. 4,000살의 나이에 수고가 120m까지 이른다는 나무의 소식은 쉽게 실감이 가지 않는다. 한반도의 역사와 비슷한 나이에 키가 120m라면 그 크기를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우람한 거목으로 눈길을 끄는 용문사의 은행나무 키가 42미터이면, 이 나무에 3배에 달하는 높이다. 이 경이로운 나무들이 세쿼이아 종류다. 한국에는 세쿼이아가 없지만 이를 유추해 볼만한 메타세쿼이아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는(학명:Metasequoia glyptostroboides Hu & W.C.Cheng) 측백나뭇과 교목으로 분류되며 침엽이지만 겨울에는 낙엽이 진다. 보통 30m~50m 이상 자란다고 한다. 이 나무가 한국에 등장한 것은 1956년 일본으로부터 들여왔다고 기록되고 있다.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살아온 세월은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식물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미 공룡시대에 한국 포항에서 살았다는 화석이 발견되고 있는 나무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70년대부터 조경용이나 가로수 공원수로 식재되어 그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며 급속히 퍼져나간다. 메타세쿼이아는 원래 화석으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나무다. 1941년 일본의 식물학자인 미키 시게루가 화석 표본을 연구하며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이후 1943년 중국 후베이성에서 살아있는 메타세쿼이아가 발견되면서 학계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가 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수삼(水杉)나무라고 부른다. 물을 좋아하는 삼나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발음하기도 어려운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그 유래를 알아보면 메타 (Meta)는 ‘뒤에’ 또는 ‘후’라는 뜻이 있으며, (Sequoia)는 북미 인디언 체로키족 추장의 이름이다. 즉, 기존에 먼저 발견된 세쿼이아(Sequoia) 이후에 발견된 세쿼이아라는 의미에서 "메타세쿼이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체로키족의 추장 세쿼이아는 체로키족의 언어인 체로키어를 만들어낸 한국의 세종대왕 같은 인물이며 체로키인디언의 영웅으로 불린다. 체로키인디언들은 이 영웅을 기리기 위해 아메리카에서 제일 거대한 나무에 세쿼이아라는 이름을 붙여 영원히 그의 이름을 기념토록 했다. 그 후 발견된 세쿼이아는 ‘메타’를 붙여 ‘메타세쿼이아’로 명명됐다. 세쿼이아는 영웅을 나타내는 존경스러운 호칭으로 ‘영웅’이나 ‘세쿼이아’는 동일한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  | | ↑↑ (메타세쿼이아는 원추형으로 수직으로 자란다. 나무가 거대하고 위엄이 있다.) | ⓒ 동부중앙신문 | |
현재 메타세쿼이아는 한반도 전역에서 호기롭게 자라고 있다. 가평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는 세계에 이름값을 날렸다. 겨울연가를 통하여 세계로 퍼져나갔음은 물론 이를 찾아온 여행객이 부지기수다. 전남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입장료를 내고 구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그 길은 차가 달리지 않고 수많은 인파가 맨발로 걷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대전의 장태산 휴양림은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인파를 끌어들인다. 숲의 미래를 알아보는 혜안을 지닌 선구자의, 노력의 산물이다. 이 거대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테르펜은 현대인의 폐부 깊숙이 건강의 활력소를 불어넣는다.
건강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의 선물만큼 더 좋은 것이 있으랴! 나무의 선물은 빈부귀천이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친 심신을 풀어주고 영혼을 맑게 해주는 울창한 숲을, 지속 가능하게 오래오래 유지하는 데에는 메타세쿼이아만 한 나무도 없다. 꽃말은 '영원한 친구', '위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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