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등나무 꽃, 등칡과는 전혀 다른 꽃을 피운다.) | | ⓒ 동부중앙신문 | |
쓴맛을 모르는데 단맛을 알 수 있을까? 단맛만 즐긴다면 아마도 감동이 없는 반쪽짜리 인생일 것이다. 이 나무를 마주하면 ‘눈물을 흘리며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마라!’는 명구가 떠오른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에서는 안온한 금수저의 삶을 부러워하면서도, 모진 시련을 극복하고 우뚝 선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부드럽고 단 것이 허다한데 쓰고 독성이 가득한 거친 먹이를 먹으며 자신을 단련하는 모습에는 숨은 지혜가 번득인다. 등칡의 독을 생존의 지혜로 만들어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의 여정은 경이롭기만 하다. 희귀식물에 속하는 등칡(학명 : Aristolochia manshuriensis Kom.)나무는 덩굴성 낙엽지는 식물로, 한국의 산야에 자생한다. 등칡이라고 하면 등나무와 같은 식물로 알고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등칡은 등나무의 잘못’이라고 알고 있는 분도 있고, 칡의 한 종류로 이해하는 분들도 있다. 먼저 두 나무는 과(科)부터가 다르다. 등칡은 쥐방울덩굴과인 반면 등나무와 칡은 콩과 식물이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과가 다르다는 건 전혀 다른 식물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등칡과 등나무는 잎, 꽃, 열매가 모두 다르다. 그중 가장 뚜렷이 구별되는 것이 잎과 꽃이다. 실제 두 식물의 꽃을 본 사람들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란다. |  | | | ↑↑ (색소폰을 연상하게 하는 U자형 등칡의 꽃) | | ⓒ 동부중앙신문 | |
등칡의 꽃을 만난다면 그야말로 참 묘하게 생겼네!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노란 꽃이 U자형으로 꼬부라진 게 홉사 색소폰을 연상케 한다. 이게 꽃이야? 열매야? 하면서 자세히 살펴보면 꽃 모양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옆에서 보면 남자의 심벌 같기도 하고 정면에서 바라보면 여성의 상징을 닮았다. 흔하지 않은 꽃의 모습에서 식물의 오묘한 세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옛사람들은 “처녀는 보면 안 된다”라며 시선을 돌리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오는 전설이 깃든 나무다. 등나무와 칡의 꽃은 콩과 식물로 꽃이 아래로 처진 것처럼 줄줄이 핀다. 서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화투의 4월 흑싸리가 등나무의 꽃을 나타낸 모습이다. 칡꽃은 좀 더 늦게 7~8월에 핀다. 등칡, 등나무, 칡은 같거나 비슷한 면도 있다. 같은 것은 덩굴성 나무란 점이다. 어린 순을 보면 풀처럼 보이나 모두 덩굴성 나무다. ‘칡’을 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풀이 아닌 나무다. 식물학자들은 이런 종류의 나무를 만목(蔓木)류라 부른다. |  | | | ↑↑ (지주목을 타고 오르는 등칡 잎은 칡을 연상하게 한다.) | | ⓒ 동부중앙신문 | |
등칡과 등나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은 이름 자체가 등+칡이 자리하고 있다. ‘등칡’이란 이름은 등나무와 칡을 합한 것처럼 둘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등칡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이 등나무와 칡이다. 세 식물의 줄기가 서로 배배 꼬이는 성질 또한 오해할 만하다. 칡, 등, 등칡의 줄기가 항상, 배배 꼬이면서 올라간다는 점에서 세 식물은 으레 혼동의 대상이 되어왔다. 등나무와 칡이 같은 콩과 식물이란 점에서 등칡도 당연히 콩과식물이라고 지레짐작을 하는 것이다. 등칡, 등나무, 칡, 은 줄기가 고상하고 여름이면 늘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그리고 꽃 또한 향기롭고 예쁘게 핀다는 점에서 예부터 집 안의 뜰이나 공원 등에 정자목 혹은 관상수로 심겨 왔다. 하지만 등나무와는 달리 등칡은 웬일인지 번식이 약해 오늘날엔 산림청이 희귀식물로 지정 보호할 정도로 귀한 몸이 돼 버렸다. 귀한 몸이 된 데에는 이를 좋아하는 곤충의 습성도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나비 관찰 학습장이 인기를 끌면서 등칡의 역할도 각광을 받고 있다. 쥐방울덩굴과 식물인 등칡과 쥐방울덩굴이 사향제비나비와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의 주요 먹이식물이 된다. 나비 애호가들이 탐내는 희귀식물이다. 이들 식물이 어느 곳에 산다는 정보가 흐르면 순식간에 남채 될 소지 많은 나무다. 그야말로 눈에 띄이면 목숨이 위태롭다. |  | | | ↑↑ (등칡의 열매) | | ⓒ 동부중앙신문 | |
등칡을 먹이로 삼는 사향제비나비는 그 성장 과정이 비장하다. 등칡은 독성이 강한 유독식물에 해당한다. 다른 곤충은 얼씬도 하지 않는다. 사향제비나비 유충은 맛있는 잎을 마다하고 독성을 먹고 자라며 체내에 독을 축적한다. 이렇게 독성이 몸에 축적된 유충을 잡아먹는 새들은 내일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 이를 학습한 천적들은 사향제비나비를 건드리지 않는다. 어린 시절 조금씩 축적해 온 독이 일생을 편안하게 지켜주는 것이다.
선각자들이 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존엄한 인간으로서 지위를 누리기 위해서는 축적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어린 시절 쓰고 독한 먹이를 먹고 자란 유충은 마침내 화려한 자태와 그윽한 사향을 간직한 우아한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아간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良藥苦於口)’ 쓴맛을 보지 않고는 인생의 참다운 단맛을 알 수 없다. 우리는 과연 후손에게 쓴맛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주고 있는지 헤아려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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