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봄의 전령사 버드나무) | | ⓒ 동부중앙신문 | |
 |  | | | ↑↑ 숲해설가원종태 | | ⓒ 동부중앙신문 |
제법 훈훈한 바람이 분다.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친다. 강상에는 물살을 가르는 수상 스키어가 하늘로 점프를 한다. 아직은 차가울 것 같은 물속에서 자신의 솜씨를 마음껏 발휘한다.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희망을 향해 도약하는 봄, 그 모습에 찬사를 보내듯이 연둣빛 버드나무가 살랑살랑 손을 흔든다. 어느새 수일 사이에 버드나무는 놀랍게 변신 했다. 회색빛 어두운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화사한 연두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어둡던 강변을 초록색 희망으로 뒤덮어간다. 대부분의 낙엽수들이 아직은 잎을 내밀지 못하지만, 바람에 일렁이는 버드나무는 멀리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연두색이다. 이 부지런한 버드나무는 한반도에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다. 이른 봄 잎을 내밀고 늦은 가을이 오고 찬바람이 기승을 부릴 때까지 자신의 잎을 간직한다. 생존 능력이 뛰어나다. 누가 씨를 뿌리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고, 꺾어 심어도, 뉘어 심어도, 유감없이 자라는 강인한 생명력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이렇게 버드나무로 불리는 나무는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버드나무 (학명: Salix pierotii Miq.)는 큰 키의 낙엽 활엽수다. 서식지나 나무의 특징적 모양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버드나무가 이 땅에 살아간다. 한국에 살아가는 버드나무는 300여 종에 이르는 대가족이다. 일반적으로 버드나무 하면 버드나무속(Salix)에 속하는 낙엽 활엽 교목을 널리 이르는 말이다. 한국에서 그냥 '버드나무'라고 하면 Salix koreensis 종을 가리키며, 그 외에도 수양버들과 갯버들이 흔하다. 버드나무는 가족이 많아 이름만 불러주어도 나무 타령이 나온다. 갯가에서 자란다는 뜻으로 갯버들이 있고, 냇가에 사는 냇버들, 들판의 들버들, 꽃이 예쁜 꽃버들, 산에서 자라는 산버들, 크게 자란다는 왕버들, 언덕에서 가지를 쭉 늘어뜨리고 자란다하여 능수버들이라 하고, 두꺼운 잎 모양을 떡에 비유해 붙여진 떡버들, 생활 도구인 키를 만드는 데서 유래한 키버들, 동물 모양을 떠올리는 여우버들, 호랑이 눈 같다는 호랑버들, 꿈틀대는 용 모습이라는 용버들도 있다.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수양도 축축 늘어진 가지를 살랑이며 자태를 뽐낸다. |  | | | ↑↑ (버드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 산다는 왕버들 이 나무가 썩으면 도깨비불이 된다.) | | ⓒ 동부중앙신문 | |
버드나무의 한자명은 보통(버들 양 楊)과 (버들 유柳)를 쓴다. 양(楊)은 가지가 단단하면서 잎이 둥그스름하고 넓은 종류를 나타내는 사시나무속(포플러 종류)에 속하는 나무에 많이 쓰이고, 유(柳)는 가지가 부드럽고 잎이 가늘면서 긴 것을 뜻하는 것으로 버드나무속에 많이 사용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양(楊)은 나뭇가지가 단단하여 위로 뻗는 까닭에 양(揚)의 음을 따서 이와 비슷한 양(楊)으로 하고, 유(柳)는 가지가 약하고 아래로 흐른다는 뜻의 수류(垂流)에서 유(流)의 음과 같은 유(柳)로 나타냈다는 것이 나무의 이름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풀이다.
수양(垂楊)이라는 이름에는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다는 뜻의 수(垂) 버드나무라는 뜻으로 버들 양(楊) 자가 들어가 있지만 우리는 보통 ‘수양버들’ ‘수양버드나무’라고 부른다. 동해를 동해바다라고 부르거나 역전을 역전앞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중복된 호칭에 익숙해 있다.
버드나무는 한국이 원산으로 오랜 기간 한민족과 함께 생활한 나무라 역사와 전설 속에서도 그 이름이 넓이 알려져 있다. 버들로도 많이 불리며 시와 문학 작품은 물론 생활 속에도 깊이 뿌리 내린 나무이다. 현존하는 지명에도 버드나무를 나타내는 지명이 사용되고 있을 정도다. 경기도 양주(楊州)시의 어원은, 고려 시대의 임금 현종이 이 지역이 버드나무가 많이 자라는 곳으로 '버들 고을'이라고 부르면서 양주(楊州)라는 이름이 굳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조선시대 평양을 유경(柳京)(버드나무+수도)이라고도 부르고 이곳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을 유상(柳商)으로 불렀다는 기록도 보인다. 당시 평양과 버드나무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존하는 유명 제약회사가 버드나무를 로고로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버드나무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유용한 약제로서도 한몫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 치아를 문지르고 닦고 하였는데 이때 버드나무 가지를 일컫는 말이 ‘양지(楊枝)’다. 버드나무껍질이나 잎이 해열, 진통 작용을 한다는 건 오랜 옛날부터 잘 알려진 처방이다. 동양뿐만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에서도 사용하였을 정도로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버드나무에서 아스피린 성분을 추출하여 진통제로 사용한 역사도 수백 년이 지나고 있다.
|  | | | ↑↑ (성리학의 본산 도산서원의 왕버들) | | ⓒ 동부중앙신문 | |
버드나무는 살아온 역사가 긴 것처럼 다양한 용도와 심벌로 사용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나 천하를 평정하는 과정에도 버드나무는 단골처럼 등장한다. 주몽의 어머니 유화부인은 버드나무를 상징한다. 고려를 세운 왕건은 전투 중 우물물을 얻어 마시고, 슬기로운 여인은 그 물위에 버드나무 잎을 띄워 천천히 마시도록 한다. 훗날 그 여인은 왕비가 된다. 이런 전설 같은 이야기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에게도 반복된다. 그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버드나무는 지금도 물가에서 인간이 더럽힌 물을 깨끗이 정화하고 있다. 참 고마운 나무다. (다음 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