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흰 매화의 개화 저 꽃 속에서 은은한 향기가 퍼져나간다.) | | ⓒ 동부중앙신문 | |
봄을 알리는 꽃의 대명사 매화, 찬바람이 미처 가시기도 전에 그윽한 향기가 피어오르니 어찌 가상하지 아니한가! 겨울의 긴 터널을 지나온 무수한 생명들에게 방끗 웃으며 환영의 인사를 보내는 매화는 희망의 상징이자 고결함의 표상이다. 이 꽃을 중요시한 사람들은 매실나무를 매화나무라 부른다. 열매보다 꽃에 무게중심이 있는 이름이다. 그러나 열매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면 매실나무로 부른다. 두 나무의 이름이 다른 나무가 아닌 한 나무인 것이다. 매화가 우리와 함께한 시간은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선조의 강희안(姜希顔)은 [양화소록(養花小錄)]의 화목 9등품론에서 매화를 1품으로 분류한다.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꽃을 피워 가장 먼저 봄을 알려주므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은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늙은 몸에서 정력이 되살아나는 회춘(回春)의 상징으로도 삼았다. 또한 사랑을 상징하는 꽃 중에서 으뜸이며 시나 그림의 소재로도 인기를 독차지한다. 조선의 선비들이 우러러 모신 ‘세한삼우’와 사군자에도 매화가 빠지지 않는다. 꽃말은 ‘고격’, ‘기품’, ‘인내’다. 한국 국가 표준 식물명으로는 ‘매실나무’라 부르며 학명은 [Prunus mume (Siebold) Siebold & Zucc.]가 정식 명칭이다. 꽃을 매화(梅花)라고 하며 열매를 매실(梅實)이라고 부른다. 키가 5∼10m 정도 자라는 넓은 잎으로 가을이면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중부지방에서 4월에 잎이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열매는 식용하고 한국 전통 의학에서 약용으로도 사용하며, 한때 드라마에 등장하면서 매실차와 음료수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매실청은 지금도 주요 음식 재료도 쓰인다. 특히 매화는 시나 동양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다. 한국 최고액권의 지폐에도 매화를 볼 수 있다. 매화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꽃을 피우는 힘을 상징하기 때문에, 매화나무를 그린 그림들은 주로 악조건을 이겨낸 강한 의지와 인내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었다. 한국의 전통 정원에서도 매화나무는 빠질 수 없는 중요 소재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매화나무를 정원에 심는 것은 집안의 고결함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매화가 피어난 모습을 감상하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선비들의 고상한 취미에 속했다. 역사 속의 실존 인물 중 대표적인 매탐(梅探) 꾼으로 알려진 퇴계 이황의 매화사랑은 유별했다. 그는 임종을 앞두고 ‘저 매화분에 물을 주어라’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하여 온다. 지금도 안동의 도산 서원에는 봄이면 매화가 피어나 서원을 매화 향으로 휘감아 내린다. |  | | | ↑↑ (구례 화엄사의 흑매 붉은 색이 진하여 흑매로도 불린다. 촬영: 원종태) | | ⓒ 동부중앙신문 | |
현대에도 매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전국의 유명 매화를 찾아 나선다.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어느 꽃보다도 먼저 봉오리를 터트리며 화사한 꽃과 향기를 보내주는 기품 있는 매화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남쪽 지방부터 피어나는 매실나무의 매화는 순천 선암사의 선암매 (천연기념물 제488호), 구례 화엄사의 화엄매 (천연기념물 제485호,)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 (천연기념물 제486호), 강원도 강릉시의 율곡매 (천연기념물 제484호), 라는 고유의 이름까지 얻으면서 이 땅의 매탐 꾼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수많은 발길이 분주하고 예술가들은 성시를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매실나무의 특징은 부지런히 이른 봄에 피우는 꽃과 향기도 있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기품이 있고 더욱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매의 모습은 선비들이 닮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세월의 무게를 간직한 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진한 향기를 발하는 매화의 모습에서 자신의 성숙 됨을 찾고 싶어 했던 선비의 모습이 그려진다.
필자는 어느 해 봄에 매화의 친견을 위하여 매탐(梅探) 길에 나섰다. 기왕이면 역사 속에 화려한 이력을 간직한 순천 선암사 선암매, 구례 화엄사의 화엄매, 장성 백양사의 고불매를 친견하고자 개화 시기를 예측하여 매탐 길에 올랐지만 쉽게 만날 수가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백방으로 정보를 모으고 사찰에 전화까지 걸어 확인했지만 한 번에 모두 절정의 매화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매화가 지역적으로 개화 시기에 차이가 있으며 지난해의 기상 조건이 올해의 기상 조건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매년 개화 시기는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 자라는 위치에 따라 개화하는 시기가 다르다. 사찰 종무소에 전화로 확인하지만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50% 피었습니다. 60% 피었습니다. 하는 정보를 받을 수는 있지만 3번이나 찾아가 허탕을 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오기가 발동, 4년 차에 4번째 친견 탐매를 감행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매화와 상봉하겠다는 일념으로 선암사 승선교를 지나 일주문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겼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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