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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해설가의 나무이야기 -팔십에 나무를 심는다.-
일을 함에 늦은때란 없다.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5년 02월 04일(화) 15:59
↑↑ 숲해설가원종태
ⓒ 동부중앙신문
옛말에 “예순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다(六十不種樹).”는 말이 있습니다. 심어봤자, 그 나무의 열매를 얻거나 재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선 정조(正祖)시대 심재(沈鋅)는 송천필담(宋泉筆談)이라는 책을 통하여 이를 정면으로 논박합니다. 그 서문에 보면, 심재는 “명성도 업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읽은 책의 내용, 성현의 가르침, 세상의 가치 있는 말 등의 내용을 잡다하게 기록합니다. 그는 이를 후세의 선비들이 읽기를 바란다.”고 적고 있습니다. 그 중 나무와 관련된 내용의 일부입니다.

“송유가 70세 고희연을 했습니다. 귤을 선물 받고 그 씨를 거두어서 심게 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속으로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10년 뒤에 귤이 열린 것을 따 먹고도 10년을 더 살다 세상을 떠납니다.

황흠이 80세에 관직에서 물러나서 고향에서 지낼때에 종을 시켜서 밤나무를 심게 했습니다.
이를 본 이웃 사람들이 웃었습니다. 연세가 여든이 넘으셨는데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요?
황흠이 대답했습니다. 심심해서 그런 걸세. 자손에게 남겨준대도 나쁠 건 없지 않은가?
10년 뒤에도 황흠은 건강했고, 그때 심은 밤나무에 밤송이가 달렸습니다. 이웃을 불러서 말했습니다. 자네 이 밤 맛 좀 보게나. 후손을 위해서 한 일이 날 위한 것이 되어 버렸군.

홍언필의 아내는 평양에 세 번을 다녀왔습니다. 어려서 평양감사였던 아버지 송질을 따라갔고, 두 번째는 남편을 따라갔으며, 세 번째는 아들 홍섬을 따라갔습니다.
아내로 처음 갔을때에는 장난삼아서 감영에 배를 심었고, 두 번째 갔을때에는 그 열매를 따 먹었습니다. 세 번째 갔을때에는 재목으로 베어서 다리를 만들어 놓고 돌아왔습니다.”

세 이야기 모두 송천필담에 나오는 글입니다. 세상에 무엇을 시작함에있어 “너무 늦은때는 없습니다.” 예순만 넘으면 노인 행세를 하며 공부는 물론 일도 안 하며 그럭저럭 살다가 죽을 날만을 기다립니다. 120세까지 사는 시대에 이런 모습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장 프랑수아 밀레 (Jean-François Millet)씨 뿌리는 사람]
ⓒ 동부중앙신문
씨를 뿌리면 곡식이든 나무든 자라납니다. 그 열매를 내가 못 딴들 어떠합니까? 누군가는 그 열매를 바라보면서 수확의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는 그 나무 그늘에서 흐르는 땀을 식힐 수도 있습니다. 오늘이 지나가면 늘 새로운 내일을 맞이합니다. 살아있는 오늘이 최고의 젊은 날임을 거듭 말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 [대표적인 인공림 인제 자작나무 숲]
ⓒ 동부중앙신문
그런가하면 팔십종수(八十種樹)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이 80에 나무를 심는다는 뜻입니다. 다 늙어 무슨 덕을 보려고 나무를 심을 까요? 세상의 일이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아직도 여생이 많이 남아있으며 나에게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는 사람과 그 반대의 사람도 있습니다.

이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가려고 묵묵히 희망을 심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합니다. 마지막 그 순간까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도처에서 알차고 탐스러운 열매가 풍성할 것입니다. 이는 ​동양에서만 통하는 말이 아닙니다.

유럽에서도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소설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희망을 심고 행복을 가꾼’ 한 사람이 메마르고 황폐한 땅에 홀로 수십 년 동안 나무를 심습니다. 마침내 황무지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울창한 숲으로 바뀐다는 감동이 넘치는 스토리 입니다.

한 남자가 세상을 등진 채 홀로 산속에서 고독하게 살아갑니다. 그는 매일 도토리와 자작나무 심는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나무를 심은 지 40여 년, 마침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그 황폐했던 땅이 아름답고 거대한 숲으로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메말랐던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아름다운 꽃들이 다투어 피어납니다. 새들이 돌아와 노래합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 밝은 웃음소리를 들려주며 삶의 기쁨을 노래하는 생명의 땅이 되었습니다.

↑↑ [모자를 쓰고 태어나는 나무, 이 나무가 자라서 거목이 된다.]
ⓒ 동부중앙신문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시기나 나이를 탓하며, 세상과 대기가 나쁜 것을 걱정하고 미세먼지의 습격을 두려워할 일이 아닙니다. 올봄에는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어 보시기를 기대합니다. 비록 작은 일 일지라도 지금 시작 하시기를 바랍니다. 거듭 강조하는 말이지만 무엇을 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습니다. 오늘 이 순간이 좋은 기회입니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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