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숲해설가원종태 | | ⓒ 동부중앙신문 |
인류와 대(竹)가 함께 한 역사는 오랜 세월을 가지고 있다. 고대사회에서는 생명을 지켜주는 중요한 전쟁 무기였으며 활, 화살, 창이 모두 대로 만들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경계를 나타내는 살아있는 울타리이자 공동체를 보호하는 방호벽이기도 했다. 외부와 단절된 상태를 죽의 장막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붓〔筆〕의 붓대가 대이며, 책으로 엮기도 했다.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퉁소, 피리, 대금 등의 악기도 대로 만들어졌다.
|  | | | ↑↑ (잘 가꾸어진 대나무밭) | | ⓒ 동부중앙신문 | |
일상생활에 주요 도구를 만드는 재료로도 죽은 유용 했다. 갓대나 조릿대로는 조리를 만들고, 이대로는 화살과 담뱃대, 낚싯대, 부채를 만들어 사용해 왔으며, 왕대나 솜대로는 건축자재뿐 아니라 가구, 어구, 장대, 의자, 바구니, 발, 빗자루, 완구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식재료나 의약품으로 사용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죽순은 향기가 좋은 식재료이자 밥, 단자, 죽으로 사용해 왔으며, 댓잎으로는 술을 빚기도 했다. 약용으로는 대줄기 내부에 있는 막상피(膜狀皮)는 죽여(竹茹)라 하여 치열(治熱)과 토혈(吐血)에 사용하고 왕대나 솜대에서 뽑아낸 대 기름은 죽력(竹瀝)이라 하여 고혈압에 쓰일 뿐만 아니라 만병통치약처럼 여러 증세에 쓰인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용도와 방법으로 대를 활용하고 있다. 대(竹)는 나무일까? 풀일까?그러면서도 가끔은 고개를 갸우뚱하는 식물이 대다. 과연 대는 나무인가? 풀인가? 이를 놓고 조선시대 윤선도(尹善道)는 「오우가(五友歌)」를 부르며 궁금해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가! 저토록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풀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오래 살고 단단하며 겨울에도 그 푸름을 잃지 않는 모습이 경이로웠을 것이다. 그런 고민 끝에 나무인가! 하면 대는 속이 텅 비어있다. 나이테도 없다. 우후죽순이라는 말처럼 한여름 기세 좋게 20~30미터까지 자라오르면 더 이상 부피생장을 하지 않는다. |  | | | ↑↑ (대나무 숲속을 거니는 탐방객들) | | ⓒ 동부중앙신문 | |
대나무는 대나무 과에 속하는 식물의 총칭이다. 전 세계에 1,5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4속 14종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대나무는 이름에는 ‘나무’를 붙였지만 실제로는 벼와 같은 화본과식물이다. 풀이라는 이야기다. 꽃은 100년에 한 번 피우는 신비로운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나도록 줄기가 살아 있고, 매년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며, 단단한 목질부가 있어 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의 용도로 보면 나무다. 그래서 대나무라고 부른다. 김부식의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신라 때 이미 삼죽(三竹) · 향삼죽(鄕三竹) 등 대로 만든 악기가 있었고,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대에 관한 이야기가 몇 편 실려 있다. 삼국유사의 ‘미추왕과 죽엽군(竹葉軍)’은 신라 제14대 유리왕 때 이서국(伊西國) 사람들이 금성을 공격해 왔는데 신라군이 당해내지 못하였다. 이때 귀에 댓잎을 꽂은 이상한 군사들이 나타나 신라군을 도와 적을 물리쳤는데, 적이 물러가자, 그 이상한 군사들은 간 곳이 없고 미추왕의 능 앞에 댓잎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미추왕이 도운 것인 줄 알고 그 능호를 죽현릉(竹現陵)이라고 하였다는 내용의 설화가 전해진다. 또한 만파식적(萬波息笛)이라는 전설적인 피리가 있다. 이는 신묘한 피리에 대한 설화다. “신라 신문왕 때 동해에 작은 산이 하나 떠내려왔다. 그 산에 신기한 대나무가 있어 낮에는 둘이었다가 밤에는 하나가 되었다. 왕이 그 대를 베어 피리를 만들었는데, 이 피리를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질병이 나으며 가물 때는 비가 오고 장마가 지다가도 날이 개며 바람이 멈추고 물결이 가라앉는 등의 신기한 일이 있었다. 그래서 국보로 삼았다는 내용이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대나무의 위상은 상승일로에 있다.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온실가스를 정화하는 총아로 알려져 있다. 대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대나무 숲 1헥타르당 연간 약 30톤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일반 나무의 4배에 달하는 뛰어난 정화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정에서 관음죽이 공기정화식물로 인기를 누리는 것도 이러한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  | | | ↑↑ (수십 미터에 이르는 대나무 ) | | ⓒ 동부중앙신문 | |
대의 특성은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정신적 지주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 매난국죽으로 불리는 사군자(四君子)의 반열에 올랐으며, 특히 사철 푸르고 곧게 자라는 성질로 인하여 지조와 절개의 상징으로 불린다. ‘대쪽 같은 사람’이라는 말은 불의나 부정과는 일절 타협하지 않고 지조를 굳게 지키는 사람을 의미하고, 역사 속의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대의 모습을 본받고 실천하고자 아끼며 사랑해 왔다.
대나무는 생장하는 그 자체가 관상 가치를 지니지만 꽃을 피우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귀하게도 60년에서 120년은 되어야 꽃을 한번 피우는 관계로 대나무꽃은 신비에 싸여 있으며 꽃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SNS를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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