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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숲해설가의 나무 이야기- 대통령은 왜 그 나무를 심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심은 서어나무!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4년 11월 19일(화) 10:20
↑↑ 서어나무의 근육 저 울퉁불퉁한 근육 사이가 장수하늘소의 서식지가 된다.
ⓒ 동부중앙신문
↑↑ 원종태숲해설가
ⓒ 동부중앙신문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3월12일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핵폭풍이 몰려온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들어서고 탄핵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지만, 64일 만에 부활한다. 어두운 지옥에서 천당으로 오고 간 순간이다.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노대통령은 이틀 뒤인 5월 16일 청와대 뒷산 백악정 근처에 서어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서어나무는 세상 사람들이 별로 거들떠보지 않는 나무였다. 열매가 탐스럽거나 꽃이 화려한 나무도 아니며, 재목으로 가꿀만한 나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경업계에서도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서어나무는 나무 이름이 서민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서민들이 즐겨 사용하는 나무도 아니라는 점이다. 식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계시지만 서어나무의 용도는 제한적이다. 굳이 용도를 찾는다면 땔감으로나 쓰는 나무였다. 그러나 서어나무는 숲속에서 최후의 강자로 군림하는 남다른 생명력을 간직한 나무다.

숲의 시작은 텅 빈 땅에 지의류가 정착하면서부터 풀이 돋아나고 키 작은 나무가 자라다가 서서히 키 큰 나무들이 들어와서 살게 된다. 그리고 나무끼리 경쟁을 거치다 보면 최후에 남는 것이 활엽수이다. 잎이 넓은 나무가 생존경쟁에 유리한 셈이다. 그들끼리 또 경쟁을 벌이면 최후까지 살아남는 나무가 참나무류나 서어나무다. 숲은 스스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는다. 이러한 식물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숲의 천이(遷移)라 한다.

↑↑ 숲속 최후의 승리자 서어나무. 근육나무로도 불린다. 광릉 수목원에서 촬영
ⓒ 동부중앙신문
숲이 오랜 세월을 안정적으로 유지되면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게 되며 서어나무 숲이 되는 현상을 전문가들은 극상림 또는 음수림으로 부른다. 그곳에 서어나무가 주인이 되는 것이다. 탄핵의 폭풍을 맞이했던 대통령의 그 심정을 헤아릴 길이 없지만 서어나무를 심은 뜻은 무엇일까? 깊은 뜻이야 이 나무를 선택한 당사자만이 알겠지만 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연관 짓는 해석이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잠시 서어나무에 대한 면모를 살펴보자.

서어나무 학명: (Carpinus laxiflora 카르피누스 락시플로라)는 자작나뭇과에 속하는 활엽수로 갈잎큰키나무다. 서어나무를 한자로 서목(西木) 이라 하여 서쪽에 있는 나무란 뜻으로 우리말로 서나무로 불리다가 서어나무가 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속명 Carpinus는 켈트어로 '나무'라는 뜻의 카르(car)와 '머리'라는 뜻의 '핀'(pin)의 합성어다. 나무의 우두머리라는 의미로 별명이 머슬트리(musclr tree) 즉, 근육 나무라고도 부른다. 서어나무를 비롯하여 개서어나무, 당 서어나무, 소사나무 등 친척들이 포진되어 있다.

실제 서어나무는 다른 나무와 달리 울퉁불퉁한 모습이 운동선수의 잘 발달한 근육을 보는 듯한 특이함을 지니고 있고,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음수성 나무의 대표이기도 하다. 홀로 자라기보다는 무리를 지어 집단으로 살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나무와 달리 울퉁불퉁 자라는 특성은 뿌리로부터 양분이 공급될 때 특정 부위로만 집중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근육처럼 생장한다. 그런 덕분에 그 근육 틈에 몸을 숨기는 장수하늘소가 서식하는 터전이 된다. 이 나무 틈 속에 서식하는 장수하늘소 애벌레를 먹이로 하는 새가 그 유명한 광릉 크낙새이다.

우리나라 숲도 점점 안정 되어가면서 서어나무를 찾아보기가 쉬워져 간다. 한국에 대표적인 서어나무 군락지가 광릉 수목원이다. 광릉 수목원에는 오랜 세월을 자란 서어나무 군락을 만나 볼 수 있다.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된 숲에서는 어렵지 않게 서어나무를 만나 볼 수 있다. 서어나무가 출현한다는 이야기는 한국의 숲이 건강해졌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연이나 인간이나 온갖 생물은 시련을 겪으면 더욱 강해지는 면이 있다. 모진 풍파가 유능한 사공을 만들어 내듯이 시련은, 보다 성숙 된 걸작을 탄생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대통령도 한 인간이며 모진 시련을 극복하며 새로운 의지와 각오를 다졌으리라 본다. 자신의 국정철학을 한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표상으로 삼고자 했다면 비약일까?

이름값을 하는 수많은 나무가 있음에도 서어나무를 선택한 것은 건강한 숲의, 최후의 주인공인 서어나무의 생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주관적 견해다. 당장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 쓸모가 없는 것 같지만 어느새 이 땅의 주인이 되고 최후의 승자가 되어 건강하고 행복한 숲의 주인공이 되는 서어나무의 모습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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