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원종태숲해설가 | | ⓒ 동부중앙신문 |
가을은 단풍으로 말한다. 산천을 화려하게 물들이는 단풍은 자연이 그려내는 황홀한 축제이자 위대한 선물이다. 저마다의 독특한 모습으로 단장한 가을은 이미 집 앞 마당에까지 내려와 있다. 온산을 활활 불타오르게 하는 단풍을 어찌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형형색색의 영롱한 빛에 도취한 뭍사람들은 잠시 일상을 접어둔다. 불수산(佛手散)을 지어 오랬더니 금강산 단풍 구경 간다는 소리가 괜히 나온 말은 아니다. 단풍으로 물든 자연의 모습은 그 어느 모습과도 비교를 불허한다.
|  | | | ↑↑ (복자기 단풍과 어우러진 은행나무 단풍) | | ⓒ 동부중앙신문 | |
부자나 빈자나 낮은 자나 높은 자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단풍은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거리는 차량으로 넘쳐나고 명산을 찾는 인파는 산을 덮는다. 황홀한 단풍과 그 아름다움에 물든 산객의 얼굴도 화려하다. 곱게 차려입은 등산복이 화려한 단풍과 어우러지니 또 하나의 장관이다. 단풍에 취하고 화려함에 취하고 벗의 미소에 다시 한번 취하는 가을은 서로가 신선이 된다. 시인 묵객이 따로 있으랴! 장삼이사도 그냥 잠자코 견뎌낼 수 없는 시간이다. 저마다 필(筆)을 잡고 가을을 노래한다. 절묘한 시인의 노래는 잠시 정신 줄을 놓게 한다. 불타는 단풍 김소엽 당신이 원하시면 여름날 자랑스러웠던 오만의 푸르른 색깔과 무성했던 허욕의 이파리들도 이제는 버리게 하소서 혈육의 가지를 떠나 빈 몸으로 당신 발아래 엎드려 허망의 추억까지도 당신께 드리오리니 당신의 보혈로 물들여 주소서 바람이 걷듯 불며 당신의 음향으로 내 젖은 영혼이 떨게 하시고 노을이 잦아들면 육신은 더욱 고운 당신 빛으로 황홀한 색채를 띠게 하소서 푸르른 나는 가버리고 내 안에 당신이 뜨겁게 살아서 나는 죽어도 영원히 살아있게 하시고 머언 훗날 어느 순결한 신부의 일기장 속에 연서로 남아 당신의 사랑으로 물드는 한 장 불타는 단풍이게 하소서 |  | | | ↑↑ (손바닥 모양의 잎 갈래가 8개 이상 보인다면 당단풍나무의 특징이다.) | | ⓒ 동부중앙신문 | |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열심히 살아온 여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숨 가쁘게 살아온 세월을 뒤로하고 저마다의 속마음을 열어젖힌다. 그렇게 함께 어울려 하모니를 이룬다. 서로의 색이 모여 황홀한 경지로 몰아간다. 단풍나무의 붉은 색, 은행나무의 노란색, 복자기의 주황색, 소나무가 보여주는 푸른색, 이 나무와 저 나무가 어울려 환상의 색을 연출하고 다양한 색이 서로를 물 드리며 보는 이의 가슴으로 파고든다. 단풍의 계절에 대표선수인 단풍(丹楓)나무는 어떤 나무인가? 그 나무는 어떻게 저처럼 붉을 수 있단 말인가? 온 산이 불타오르듯 활활 몸을 태우는 단풍나무의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국가표준식물 목록에서 등록된 '단풍나무'는 (Acer palmatum)를 말한다. 단풍나무의 속명 Acer는 단풍나무의 라틴어로 '뾰족한'이란 뜻으로 깊게 갈라진 나뭇잎 형상을 가리키고, 종소명 palmatum은 '손바닥 모양'이라는 뜻이다. 5~7갈래로 갈라진 모습이다. 작은 키 나무로 한국의 산야에 자생한다. 정원에 빠질 수 없는 중요 수종이다. 단풍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하여 다양한 단풍나무가 개발되어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산에서 볼 수 있는 단풍나무는 중부지방에는 당단풍이 주류를 이룬다. 남부지방으로 내려가면 단풍나무로 불리는 단풍나무(내장 단풍)가 있고 울릉도 섬에서 자생하는 섬단풍나무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단풍나무의 잎을 보고 단풍나무의 종류를 구분하기도 한다. 잎의 갈래 수가 많고 적음에 따라 단풍나무 가족의 이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풍나무를 자세히 관찰하지 아니하면 그 나무가 그 나무 같다 구별이 잘 안된다. 특이하게도 단풍이 아름답지만, 잎 모양이 달라 눈에 뜨이는 단풍도 있으니, 신나무와 복자기 단풍이다. 신나무는 잎의 모양이 세 갈래로 다른 단풍나무와는 확연히 다르고 고로쇠나무는 단풍(丹楓)나무 가족이지만 노란색으로 물이 든다. 노란색은 황풍이 아니냐? 하는 소리도 있지만 붉은 빛이나 노란빛 등 계절이 바뀌며 잎이 물드는 모습을 한자로 단풍(丹楓)이라고 부른다. 단풍나무는 종류도 많지만, 한국 단풍나무만 모여 사는 것이 아니다. 나라별로 유명한 단풍나무가 한반도에 자리를 잡고 자기의 모습을 뽐내기도 한다. 한국에서 자라는 중국단풍이나 은단풍, 네군도단풍, 설탕단풍으로 불리는 나무도 있고 단풍나무는 아니지만 단풍 든 모습이 아름다워 공원에 많이 심기는 대왕참나무나 루브라참나무도 단풍이 들며 고운 색을 자랑한다. |  | | | ↑↑ (복자기 단풍과 어우러진 은행나무 단풍) | | ⓒ 동부중앙신문 | |
화려한 단풍 축제가 저물어 가면 잎은 가지와 이별을 한다. 떨어진 잎은 자신의 고향인 뿌리로 향한다. 본래의 고향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단풍이 떨어진 가지에는 새봄을 기약하는 미래의 잎들이 겨울을 이겨내고 찬란한 봄의 도약을 준비한다. 이별은 만남의 시작이고 생명을 다한다는 것은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을 예고 한다. 나무도 사람도 그 길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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