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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태 숲 해설가의 나무이야기- 문 열고 기다린다는 야관문[夜關門] 진짜일까?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4년 10월 22일(화) 11:13
↑↑ [비수리꽃은 9월경에 핀다.]
ⓒ 동부중앙신문
나무와 친해지다 보면 가끔 의미 있는 이름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름을 보고 관심이 깊으신 분들은 그 궁금증을 풀고자 전화를 걸어 오거나, 직접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궁금한 것을 참아두기에는 조바심이 난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알아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아는 것은 힘이자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비수리도 그중 하나다. 학명[Lespedeza cuneata (Dum.Cours.) G.Don]으로 불린다. 콩과에 속하는 키가 작은 나무다. 한국의 산야에 넓이 퍼져서 산다. 나무를 가지런히 엮어서 빗자루를 만들거나 광주리를 만드는 재료로서도 애용하였다는 나무다. 이 비수리를 흔히 야관문[夜關門]이라고도 부른다.
야관문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흥미로운 약효가 입에 오르내리고 있어, 시골 장터에 가면 귀한 약초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남성들에게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천연ㅇㅇ그라’ 라는 문구도 어렵지 않게 보인다.

약초를 취급하시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흥미진진하다. ‘아 ~이거 야관문요? 약효가 그만입니다. 밤에 대문의 빗장을 열어놓고 임을 기다리게 하는 효능이 있는 약초죠 그래서 야관문이라 불립니다. 효과를 보신 분들이 종종 들리십니다.’ 약초를 수십 년째 취급하신다는 상인의 설명은 유창하다.

이러한 설명을 들었다는 지인이 이 야관문의 정체가 궁금하다고 전화가 온 것이다. 들은 설명을 전하면서 ‘진짜 약효가 대단한 거야? 거 궁금하네!’ 이런 경우 선뜻 효능을 설명하는 것은 나의 능력 밖의 일이다. 물론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이런 광고성 문구나 효능에 대한 설명이 도배를 이룬다. 하지만 광고는 광고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신중하게 답변한다. ‘효능을 보려면 한의사를 찾아가 도움을 받으시는 편이 빠르지요’라는 말로 대신한다.

그러나 궁금하기는 필자도 마찬가지다. 여러 문헌을 참고하고 한의사의 조언을 들어보면 야관문이 왜 밤에 문을 열어놓고 임을 기다린다는 표현으로 알려졌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냥 관심 없이 들으면 ‘아 그런 뜻도 있구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확하고 검증된 정보를 파악하려면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정설처럼 알려진 사실이 종종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 [밤이 되면 잎을 오므려 잠이 든다. 이 모습에서 ‘야관문’이라는 이름이 탄생]
ⓒ 동부중앙신문
야관문[夜關門]이라 쓰인 한문부터 살펴보자. 파자하면 [밤야, 夜] [빗장, 닫다, 잠그다, 관 關] [문, 門]으로 적는다. 이는 밤에는 문을 닫고 빗장을 걸어 잠근다. 라고 해석한다. 결국 ’빗장을 걸어 문을 잠그다가, 문을 열어놓고 임을 기다린다‘로 변형된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 ‘뭐 해석이 문제인가! 효과가 있으면 그만이지!’ 할 수도 있지만 한문의 뜻을 들여다보고 야관문을 설명하려면 미궁으로 빠진다. 문을 연다는 것과 문을 걸어 잠근다는 것은 정반대 말이다. 해법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조금만 더 노력해 보자. 해 질 녘에 비수리를 자세하게 관찰하면 그 의문은 어렵지 않게 풀린다.

콩과 식물은 대게는 밤이 되면 잎을 오므린다. 대표적인 나무가 자귀나무다, 낮에는 잎을 쫙 펴고 햇볕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밤이 되면 잎을 오므려 서로 마주 보고 잠이 든다. 잎이 잠을 자는 것이다. 비수리 역시 콩과 식물이며 이 또한 밤이면 잎이 오므라들고 문을 닫고 잠이 드는 식물이다. 이러한 밤의 모습을 관찰한 사람들이 비수리에 이름을 붙인 것이 야관문[夜關門]이다. 밤이면 빗장을 잠근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떡여지는 것이다.


‘그럼, 야관문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거야?’ 그렇지는 않다. 한방에서는 약초로 사용한다. 효능과 적용 범위가 다를 뿐이다. ‘난 야관문을 먹고 효과를 봤는데요?’ 하시는 남성분이 있어 재미를 더한다. 아마도 플라시보 효과가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단견이다. 의사가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 위약을 환자에게 투약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환자는 정성껏 복용한다. 명약을 복용했으니, 효능이 있을 거야 하는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 말이다. 일종의 심리 요법이기도 하다.

↑↑ [ 단풍이 물드는 비수리]
ⓒ 동부중앙신문
어떤 증상에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마음의 자세나 믿음에 따라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런 효과를 위약(僞藥) 효과, 가짜 약 효과라고 설명한다. 나름의 문제로 고민하던 사람이 야관문의 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띠일 수도 있다. 효용을 보기 위해 정성을 들인다. 술도 담그고 차도 만들어 믿음을 갖고 정성스레 복용 했다면 플라시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비수리뿐만이 아니다. 지구상의 식물에는 크고 작은 약성이 담겨있다. 그야말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이를 제대로 알고 사용법을 만들어낸 걸출한 위인들도 있고, 잘못 알고 오용하여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다. 건강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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