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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 원종태의 나무이야기 -포도나무-
이 나무가 없었다면 성경은 다시 쓰였을 것이다.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4년 09월 03일(화) 10:20
↑↑ (한여름의 무더위를 이겨낸 포도가 익어간다. )
ⓒ 동부중앙신문
사람들이 나무를 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나무가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산하면 한 번 더 뒤돌아본다. 꽃은 유혹의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곧잘, 꽃을 내밀한 소통의 상징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예 꽃마다 고유한 이름 외에도 꽃말을 부여해 마음을 주고받는 방법으로 사용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꽃이 빈약한 나무들은 열매로 승부를 건다. 화려한 꽃을 피우지는 않지만 탐스럽고 풍만한 모습과 향기와 맛으로 인간의 가슴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바야흐로 9월이 시작되면 과일이 익어가는 계절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몰아치는 비바람에, 만고풍상을 다 견디어내고 나 보란 듯이 풍성한 열매를 자랑한다. 한 알의 열매를 완성하기까지는 우주 만물의 섭리를 모두 꿰고 있다. 그중 인류와 오랜 역사를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함께 나눈 나무가 있다. 신이 내린 선물이라 불리는 포도다.

가끔 사람들은 포도가 나무란 존재를 잊고 산다. 그가 만들어내는 열매인 포도만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맛과 향은 물론 뛰어난 양분을 지니고 있어 사람이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에 이르면 포도당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포도는 신석기시대부터 인류와 함께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효능이 확실하고 다양한 이용 방법과 인류를 즐겁게 하는 와인(wine)의 원조로도 알려져 있다.


↑↑ (잘 읽은 포도, 많은 열매가 달려 다산(多産)을 상징한다.)
ⓒ 동부중앙신문
포도 학명은: (Vitis vinifera L.)다. 갈매나무목 포도과 넓은 잎에 낙엽이 지는 덩굴성식물로 한국 식물 표준명으로는 ‘포도’(葡萄)가 정명이다. 원산지는 아시아 서부의 흑해 연안으로 알려 있지만, 세계 전역에 퍼져서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의 문집과 조선시대 원예서인 ‘양화수록’에도 포도에 관한 기록이 나타난다. 우리 조상님들께서도 오래전부터 포도를 즐기셨다는 것이다. 포도는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기도 하고 필수영양소가 풍부하여‘ 다양한 용도로 인류와 함께한 과일이다.

서양은 특히나 포도에 관한 한 이야기가 방대하다. 신화 속에 포도, 포도주의 신이 등장하기도 하고 인류가 가장 많이 읽었다는 성경 속에는 다양한 형태로 포도가 등장한다. ‘포도를 빼면 성경을 다시 써야 할지도 모른다’ 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설과 신화를 필두로 벽화, 축제, 예술, 문화, 경제를 포도가 움직였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금주를 권장하고 있는 경건한 종교의식 속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포도주이며, 축제는 물론 함께 기뻐하는 황홀한 자리에 포도주가 늘 함께했다. 하루라도 끼니를 거를 수 없는 것처럼 포도주는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일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품으로 유럽인과 함께하고 있다.

수많은 포도 이야기 중 탈무드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귀담아들어 볼 필요가 있다. 하루는 술을 빚고 있는 아담에게 악마가 찾아왔다. 어찌 그리 향이 좋고 빛깔이 고운지 나도 한 모금 마실 수 있냐고 묻는다. 아담은 친절하게 악마에게 술을 건넨다. 악마는 포도로 빚은 술의 맛과 향에 흠뻑 반한다. 악마는 고마움의 표시로 내가 포도주를 만드는데 무엇인가를 도와주고 싶다고 제안한다.

아담은 포도밭에 거름을 주는 일을 도울 수 있냐고 묻자, 악마는 기꺼이 팔을 걷고 나선다. 악마는 포도밭에 양, 원숭이, 사자, 돼지를 잡아 와 네 짐승의 피를 포도밭에 뿌린다. 진한 거름을 먹고 자란 탐스러운 포도가 주렁주렁 열리고 인간은 이 탐스러운 포도로 술을 빚어 마신다. 그 뒤로 악마의 의도가 술을 통하여 나타난다. 인간들은 첫 잔의 포도주를 마시면 ‘양처럼 순해졌다’ 둘째 잔을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을 추고 시끄러워졌다’ 셋째 잔을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으르렁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돼지처럼 바닥에 뒹굴고 더럽고 추해 졌다’ 는 것이다.

지나친 과음을 경계하는 스토리지만, 포도주 안에는 악마의 기운이 섞여 있으므로 아무리 술이 맛이 좋아도 과하게 먹지 말라는 교훈이다. 하지만 과음하는 단계에 따라 사람들의 행태적 모습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만취 시 하는 행동을 보면 인간의 속마음을 간파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고전에 속한다.

포도주는 포도를 발효시켜서 만든 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포도주를 영어명인 와인(wine)으로 즐겨 부른다. 프랑스어로는 뱅(vin), 독일어로는 바인(Wein), 이탈리아어 비노(vino), 스페인어도 비노(vino)다. 포르투갈어로는 비뇨(vinho)라 한다. 이들은 모두 라틴어 비눔(Vinum : 포도를 발효시킨 것)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하며 포도의 신 디오니소스가 포도나무 재배법과 포도주 만드는 법을 인류에게 전수했다는 신화가 유럽에 깔려있다.

↑↑ (포도 그림이 있는 도자기는 기쁨과 환희를 기원하는 선물로 인기가 있다.)
ⓒ 동부중앙신문
좋은 것을 좋게 즐기는 것과 거친 것을 부드럽게 다루는 것은 인간의 지혜다. 세상 만물이 다루는 사람에 따라 그 효용이 달라진다. 독이 약이 되고 약도 과하면 해악을 끼치듯이 영양덩어리이자 황홀감까지 가져다주는 포도도 즐기기 나름이다. 포도의 꽃말은 '기쁨, 박애, 환희, 자선'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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