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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 원종태의 나무이야기 -폐암을 물리치는 나무의 힘-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4년 08월 20일(화) 15:25
↑↑ 숲 해설가 원종태
ⓒ 동부중앙신문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꼽으라면 어느 나라가 꼽힐까? 주관적인 질문이지만 필자는 단연 대한민국이라고 말한다. 왜? 하고 물으신다면 다음의 사례를 하나 들고 싶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에서 경쟁적으로 문자가 날아온다. “폭염경보 발효 중이니 온열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히 건강에 유의하라는 것이다. 가까운 마을회관에는 냉방 시스템이 완비되어 더위를 식혀주니 그곳으로 찾아가라는 친절한 안내도 곁들인다. 개인의 건강과 안위까지 걱정하는 나라, 필자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 (대신면 송촌리를 지키는 느티나무)
ⓒ 동부중앙신문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선풍기조차 사치품에 속한 적이 있다. 등에 시원한 우물물로 등목하고 태극 그림이 있는 부채로 더위를 달래본 기억이 생생하다. 삼복이면 한 줄기 바람을 찾아 강변 느티나무 아래로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곤 했다.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 때맞추어 불어오는 강바람은 더할 나위 없이 시원했다. 멍석 위에는 낮잠을 즐기는 어른도 계시고 한편에서는 천하의 쟁탈전이 벌어진다. 바둑, 장기, 꼰 질에 몰두한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신선들의 놀이터가 느티나무 그늘이었다.


느티나무 굵은 가지에는 동아 밧줄보다 굵은 새끼로 야무지게 매달은 그네도 있었다. 가끔 강 쪽을 향해 그네를 타면 시원한 바람은 물론 가슴속까지 짜릿하고 후련함이 있었다. 이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지만, 당시 수백 년 자란 우람한 느티나무는 신선한 공경의 대상이었다. 가을 추수가 끝나면 외로 꼰 새끼에 한지가 꽂힌 금줄이 나무에 둘렸다. 잡인의 범접을 금하는 정화의식이다. 이내 나뭇가지에는 북어가 내 걸리고 돼지머리와 시루떡이 자리한다. 제관은 신비로운 음성으로 축문을 읽어가고 정중하게 술잔을 올리는 모습은 진지하고 정성스러웠다.


↑↑ [한여름 남한강변의 느티나무 나무 한 그루가 동산 만 하다. 여주시 우만통 여강변 소재]
ⓒ 동부중앙신문
잠시 옛 향수에 젖어 느티나무를 찾아 나섰다. 남한강을 굽어보며 풍성한 허리둘레를 자랑하는 느티나무는 어른 5명이 손을 잡아야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의 거목으로 우뚝 자랐다. 가지는 사방으로 고루 뻗어나가고 성장에 장해를 받지 않는 나무는 마치 녹색으로 단장한 산처럼 자라올랐다. “와~ 대단하네!” 탄성이 절로 난다. 고목 위로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나무 뒤편으로는 푸른 강물이 유유히 흘러간다. 한편의 그림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용어가 아닐까?


그러다 문득 느티나무는 왜 다른 나무보다 더 시원할까? 느티나무만의 무슨 비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나만의 궁금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과학자들이 규명에 나선 것이다. 숲은 뙤약볕을 가려 그늘을 제공하고 나뭇잎은 불볕더위에도 수증기를 뿜어내면서 더운 열기를 식혀주는 증산 효과가 있어서 시원하다. 라는 일반적인 효과 외에도 느티나무에는 놀라운 비밀이 간직되어 있었다.


열정이 넘쳐나는 연구진들은 드디어 그 숨은 비밀을 밝혀낸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느티나무에서 항암물질 ‘카달렌[Cadalene]’을 추출하고 특허까지 취득한다. 카달렌은 느티나무에 다량 함유돼 있고 특히 폐종양에 강력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느티나무 그늘이 그냥 시원하기만 했던 것이 아닌 셈이다. 미세먼지와 중금속으로 대기가 오염되어 예민할 때로 예민해진 현대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나름의 약성을 지니고 있지만, 느티나무야말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국민의 수호목이다.

↑↑ (속살을 온전하게 드러낸 겨울의 느티나무)
ⓒ 동부중앙신문
느티나무는 학명:(Zelkova serrata (Thunb.) Makino)로 불린다. 느티나무의 가치는 새천년이 시작되면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2000년도가 시작되면서 느티나무는 밀레니엄 나무로 지정되고, ‘어머니나무’로도 불린다. 풍요롭고 넉넉한 모습과 우람한 자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느티나무는 화려한 꽃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낙엽이 지는 넓은 잎에 키 30m, 가슴둘레 10m, 1000년을 사는 장수 목으로 마을마다 나무마다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거목만도 십여 그루가 넘는다. 꽃말은 ‘운명’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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