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를 보다 잘못하면 눈이 먼다면서요?’ 꽃을 보다 실명하여 눈이 안 보인다는 이야기는 참으로 섬뜩하다. 식물 중에는 간혹 독초도 있는지라 조심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다. 정말 치명적인 독성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가까이할 수 없는 위험한 요소가 내포 되어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양반 꽃으로도 불리는 능소화가 그처럼 위험할 리는 없어 보이지만, 경고와 호기심 사이를 넘나드는 궁금증은 필자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능소화의 경고는 사실일까? 진위를 규명하기 위해 산림청과 식물학자들이 나섰다. 정밀한 분석과 긴 과정은 생략하고 결론은 인체에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종전의 실명 위험의 경고는 근거가 과장 되었다. 는 입장이다. 안심하고, 심고 가꾸어 한여름 내내 꽃을 즐길 수 있는 나무가 능소화다.
능소화(凌霄花) 학명은(Campsis grandiflora)이다. 영어로는(Chinese trumpet)으로 불리는 능소화과의 식물 또는 그 꽃을 의미한다. 그러나 한문으로 불리는 능소화의 의미는 참으로 거창하다. 능소화(凌霄花)는 ‘업신여길 능(凌)’, 또는 능가할 능, ‘하늘 소(霄)’자를 쓴다. 즉, 하늘을 업신여기는 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고,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꽃의 유래를 잘 아는 학자들은 중국이 원산인 능소화는 중국에서는 능소(凌霄)라고 불리고 한국에서는 화(花)자를 더하여 능소화로 부른다고 귀띔한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능소화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식물의 이름은 대개는 그 특징을 알기 쉽게 표현하는 것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능소화는 덩굴성으로 무엇인가를 의지하여 타고 오른다. 하늘에 이르는 사다리가 있다면 하늘 끝까지 올라가 꽃을 피울 태세다.
|
 |
|
| ↑↑ (하늘을 향하여 꽃을 피우는 능소화) |
| ⓒ 동부중앙신문 |
|
능소화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경부터 나팔 모양의 통꽃을 피우기 시작해서 여름이 끝나는 9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과 작별한지 오래다. 장마와 태풍, 가마솥 같은 더위를 견디며 날 좀 보라는 듯이 화사한 꽃을 피워낸다. 하늘이 내린다는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객기 있게 하늘의 능력을 능가하듯, 하늘을 업신여기듯, 나 보란 듯이 피어난다. 천둥과 벼락을 이겨내고 폭염과 태풍도 이겨낸다. 온갖 난리법석을 피워도 능소화는 핀다.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이다.
|
 |
|
| ↑↑ (죽음조차 아름다운 꽃 능소화(凌霄花) |
| ⓒ 동부중앙신문 |
|
일찍이 지체 높은 벼슬아치와 선비들은 능소화의 능력을 간파했다. 중국을 오가는 사신들이 은밀하게 들여와 자기들의 정원에다 심고 즐기며, 서민들은 꽃을 쳐다보기조차 어려웠다는 꽃이다. 능소화의 매력은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그 능력을 발휘하고, 끝마무리가 깔끔하다는 것이다. 잘 피다가 어느 날 갑자기 꽃이 통으로 툭 떨어진다. 멀쩡한 모습으로, 추하지 않은 모습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꽃이 동백과 흡사하다.
고결한 모습으로 생을 마무리하는 미덕을 찾던 선비들이 능소화의 모습을 간과했을 리가 없다. 그를 살피고 본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름이면 양반가의 담장에는 능소화가 피어났다. 아무나 심고 볼 수 있었던 꽃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능소화는 양반 꽃이라 불리고 꽃을 보다 잘못하면 실명에 이른다는 무서운 소문이 퍼져나갔는지도 모른다. 능소화가 살아가는 특징과 이름의 의미를 알고 나면 능소화를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꽃이 아님을 알아차린다. 은연중에 그를 닮고 싶은 것이다. 아니 이 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
 |
|
| ↑↑ (담 넘어 밖의 모습이 궁금한 능소화) |
| ⓒ 동부중앙신문 |
|
능소화를 심어놓고 한여름 꽃을 보며 선비들은 다짐을 했으리라! 흐트러지는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불굴의 의지를 다졌을 것이다. 어떤 난관이 닥쳐와도 능소화처럼 자신만의 꽃을 피워내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며 정진하고 또 정진했을 것이다. 능소화는 뭍 인간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고 환경을 원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닥쳐오는 시련은 단련의 도구로 삼아 하늘을 능가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삶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늘을 넘어선다는 이름이, 제대로 어울리는 멋진 꽃 능소화, 여름 내내 수많은 방해를 이겨내고 당당하게 피어나 자신의 때가 지나면 아무런 주저 없이 떨어진다. 죽음조차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꽃의 모습에서 삶을 돌이켜 보게 한다. 어디 능소화뿐이랴! 우리 인생도 그러하지 아니한가! 온갖 난관을 돌파하고 성취의 축배를 들고 멋진 모습으로 기억에 남는 일은 아름답다.
어느 장군의 말처럼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능소화는 좌절을 딛고 피어나 환한 미소로 뭍사람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선사한다. 마지막 작별의 모습조차도 고결하게 장식하는 능소화의 모습에서 사람이 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본다. 오늘도 능소화는 지지 않는다. 다만 정든 가지를 스스로 떠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