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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 원종태의 나무이야기 -샤론의 장미 무궁화-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4년 07월 17일(수) 09:50
↑↑ 숲해설가원종태
ⓒ 동부중앙신문
사람들 가까이에 사는 나무들은 그 거리만큼이나 사랑도 받고 수난도 당한다. 식물은 아무 죄가 없지만 상대를 장악하는 데에 장애가 된다면, 말하지 못하는 식물조차도 가차 없이 말살한다. 사람의 생각에 따라 엉뚱하게도 식물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나라꽃으로 알려진 무궁화다. 무궁화 말살정책이라는 거대한 태풍이 강타한 역사는 아직도 그 잔재가 한반도에 남아있다.

↑↑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로 불리는 무궁화)
ⓒ 동부중앙신문
세상에는 화려하고 향기로운 꽃이 무수히 피고지지만, 그 가운데에는 반만년의 우리 역사와 함께한 무궁화가 있다. 은근과 끈기 늘 새로운 탄생을 자랑하면서 굳건하게 나라꽃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무궁화는 특히 여름철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아침에 피어나 저녁이면 꽃이 진다. 늘 싱싱한 꽃을 여름 내내 볼 수 있는 꽃이 무궁화다. 현재에는 다양한 색상과 수많은 품종의 무궁화가 개발되어 뭇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나라꽃 무궁화는 학명(Hibiscus syriacus 히비스쿠스 시리야쿠스)로 중동 시리아에서 발견되어 시리아가 원산으로 알려지지만, 이를 발견하고 등재한 학자가 한국에도 무궁화가 있다는 것까지는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 무궁화가 많이 자라고 있다는 기록은 기원전에 저술된 산해경이라 불리는 중국의 지리서에도 등장한다. 기원전부터 한국이 무궁화의 나라임을 표기하고 있을 정도로 한민족과 함께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는 무궁화를 훈화초, 목근, 순영, 순화, 조개모락화(朝開暮落花), 번리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군자지국 지방천리 다목근화’라 하여 한반도에 무궁화가 많이 피는 것을 예찬한 기록도 있으며,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우리나라를 '근역' 또는 '근화향'이라 불려 왔다.
시선 이백은 ‘안여순화’라는 말로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이 마치 무궁화와 같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어 문화권에서는 무궁화를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라 하여 꽃 중의 꽃이라 칭송하고 있다.

신라 때 최치원이 왕명으로 작성하여 당나라에 보낸 국서 가운데 “근화향은 겸양하고 자중하지만, 호시국은 강폭함이 날로 더해 간다”라고 하였고, 구당서 신라전 기사에도 “신라가 보낸 국서에 그 나라를 일컬어 근화향, 곧 무궁화의 나라라고 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의 기록으로 보면 무궁화는 곧 한민족을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와서도 스스로 근역(槿域), 근화향 (槿花鄕), 근원이라 하여 오늘날까지 '근역'은 무궁화가 많은 땅, 곧 대한민국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가 한민족을 압박하자 무궁화를 심어 무궁화 삼천리를 만들고자 하는 운동이 민족 선구자들 사이에 확산되며 이를 실천에 옮긴다. 일제는 반일적 사상의 발로라 하여 주동자를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고 탄압하면서 무궁화 말살사건은 극에 달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궁화를 한 민족과 멀리 떼어놓기 위한 얄팍한 흉계도 꾸민다. 어린 학생부터 세뇌 교육이 등장한다. '무궁화를 보면 눈병이 생긴다. 심지어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먼다.' 진딧물이 들끓는 나약하고 지저분한 꽃이라고 폄훼하고 선동하여 무궁화를 멀리 피하도록 가르쳤다.

그것으로도 부족했던 일제는 아예 무궁화를 심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심겨진 무궁화를 캐어내기까지 한다. 그리고 무궁화를 캐어낸 자리에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벚나무를 심는다. 이러한 무궁화 말살 정책은 지금 우리나라에 고목의 무궁화를 찾아보기가 어려운 이유이자 말살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 (이명박 대통령 내외 무궁화 기념식수)
ⓒ 동부중앙신문
숨죽여 살던 무궁화도 해방과 함께 기지개를 켠다. 애환을 겪은 무궁화는 대통령들의 단골 식수로 등장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정원에, 김대중 대통령은 영빈관 앞에, 김영삼 대통령은 본관 앞에 무궁화를 심었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무궁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가장 좋은 무궁화나무 품종을 골라 청와대 경내에 심고 기념비도 마련한다. 식수 기념표석 중 가장 크다.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 ‘영원’ ‘끈기’, ‘섬세한 아름다움’이다.
↑↑ (김대중 대통령내외 무궁화 기념식수표석, 식수표석이 가장 크고 특이하다.)
ⓒ 동부중앙신문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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