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a/newsThumb/1716280097ADD_thumb180.png) | ![](img/main/bg.gif) | | ↑↑ 숲해설가원종태 | ⓒ 동부중앙신문 |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면 피도 나고 고통스러웠다. 두툼한 가죽장갑을 끼고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이 아까시나무를 만질 수 있었다. 난방과 취사를 나무로 해결하던 시절 아까시나무는 나무의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민둥산에 다른 나무는 발을 붙이지 못해도 아까시나무는 자리를 잘도 잡았다. 싹둑 잘라내도 이듬해가 되면 여러 줄기가 쏟아져 나와 신기할 정도로 퍼져나갔다. 한국 산림녹화의 일등 공신 중 하나가 아까시나무다. 아까시나무는 콩과(Faboideae)에 속하는 넓은 잎을 가지고 있으며 낙엽이 지는 큰키나무다. 학명은 ‘로비니아 슈도아카시아 린네[Robinia pseudoacacia L.]’로 가짜 아카시아, 개아까시나무라고도 불린다. 미국 남동부가 원산지이며, 북아메리카, 유럽, 아시아의 온대 지역에 분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외래 침입 종이자 억센 가시 때문에 부정적으로 여기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아카시아나무가 없기 때문에 이 아까시나무를 아카시아나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작 아카시아나무가 따로 있어 두 나무를 잘 구분하여 정명을 불러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가표준 식물명이 아까시나무다. | ![](../data/newsThumb/1716280175ADD_thumb580.png) | | ↑↑ [둥글고 노란 꽃이 핀 진짜 아카시아나무 광릉수목원에서 촬영] | ⓒ 동부중앙신문 | |
5월은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꽃들이 많이 피어난다. 그중에도 개체수가 많은 아까시나무 꽃향기는 세상을 뒤덮는다. 한 줄기 바람을 타고 흐르는 상큼한 꽃향기는 가슴 속을 깊게 파고든다. ‘아름다운 우정’, ‘청순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간직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이 아름다운 향기를 지키기 위해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을 했는지도 모른다. 국민적 관심사를 나타내는 나무 가운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나무가 바로 아까시나무다. 먼저 아까시나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천하에 몹쓸 나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이유인즉 조상님의 산소 주변에 자라다가 봉분 속까지 침투하는 고약한 존재라는 이유이다. 괘씸한 마음에 냉큼 잘라내었더니 이듬해 더욱 많이 퍼져 나와 곤혹스럽게 하는 나무가 아까시나무다. 그뿐만이 아니다. 왕성한 생명력으로 무장한 아까시나무는 논밭 주변에 자라다가 어느새 그 영역을 넓혀 밭으로 뻗어 들어와 피해를 준다. 집 근처에 심으면 울안으로 침투하여 자라는지라 여간 성가신 나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까시나무는 일본 사람이 한국인을 골탕 먹이려 한국에다가 퍼트렸다면서요?’ 그 나무를 아주 없애는 방법은 없나요? 증오에 찬 시선으로 극단적인 대책을 찾는 이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아까시나무꽃 축제까지 열면서 아까시나무 예찬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코로나 이전만 해도 서울 동대문구, 경북 칠곡군에서는 아까시나무꽃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울창한 아까시나무 숲에서 진동하는 향기는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향기가 퍼지면 향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꽃 속에는 꿀도 그득히 담겨있다. 아예 양봉가들은 아까시나무꽃 피는 곳으로 전지 양봉을 떠난다. 남쪽에서 꽃을 맞이하고 꽃피는 시기를 따라 북상하면서 질 좋은 아까시나무 꿀을 퍼 담는다. 산림정책을 주관하는 산림청에서는 아까시나무 식재를 늘려가는 추세이다. | ![](../data/newsThumb/1716280105ADD_thumb580.jpg) | | ⓒ 동부중앙신문 | |
아까시나무의 가장 큰 역할은 국내에서 채밀하는 벌꿀의 70%를 생산하는 저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양봉 농가의 입장에서는 삶의 터전이 되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경제수다.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개화 시기를 달리하는 다양한 아까시나무 품종을 개발해서 연중 벌꿀 생산을 많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기도 하다. 아까시나무는 생장이 빠르고 목재의 질도 뛰어나서 나무로서 가치도 다른 나무에 지지 않는다. 척박한 땅에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잘 정착하여 자라는 특성도 있다. 황무지에 잘 자라는 식물을 식물학자들은 선구식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특성이 헐벗은 한국의 산야에 아까시나무가 살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아까시나무가 이 땅에 도입된 것은 1891년 일본 사람이 중국 북경에서 묘목을 가져와 인천에 심은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1911년 이전에도 서울 시내 가로수로 식재되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경기도 여주시에도 1901년에 식재 한 아까시나무 거목이 대신면 천남리 천남초등학교 교정에 우람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나무를 만나면 아까시나무가 얼마나 크고 멋있게 자랄 수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지만, 이제는 제 이름을 찾아 주어야 한다. 아카시아는 아까시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다.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에 목이 긴 기린이 즐겨 잎을 뜯어 먹고 있는 우산 모양의 나무와 호주의 국화로 알려진 아카시아 피크난타 (Acacia pycnantha)라고 소개된 노란 꽃을 피우는 나무가 아카시아 종류다. 한국에 살고 있는 아까시나무는 북미 애팔래치안 산맥의 냉온대가 고향으로 아프리카의 아카시아와 닮았으나 실제는 다른 나무다.
학명에도[Robinia pseudoacacia L.] 가짜아카시아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깊은 관심을 둘 여지가 없는 사람들은 유행하는 노래처럼 익숙하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라는 동요 가사처럼 말이다. 이는 ‘아까시나무꽃이 활짝 폈네!’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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