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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 원종태
한반도에 봄이 왔다. 남녘에는 매화 축제가 고혹한 향기를 발산하고 벚꽃이 미소를 짓는다. 바야흐로 나무를 심는 계절이 온 것이다. 생명이 있는 나무는 뿌리가 일을 시작한 지 오래됐다. 희망찬 새해의 목표를 향하여 전력 질주하는 나무들의 시간이다. |  | | | ↑↑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나무 숲] | | ⓒ 동부중앙신문 | |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이때 뿌린 씨앗에 따라 성공과 도약의 성패는 갈린다. 선택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나무의 선택도 다름이 없다. 조금 다른 부분을 찾는다면 나무는 장기간 가꾸어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장기투자와 같다. 고로 좀 더 신중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한 번 잘못 선택하여 다시 시작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따르기 때문이다. 새봄이 시작되고 나무 시장이 활기를 띠면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한다. ‘돈 되는 나무를 심고 싶은데 어떤 나무가 좋은가요?’ 나무도 가꾸고 돈도 벌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와 상담을 통하여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를 지원하는 기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집 근처에 심어놓고 꽃도 보고 열매도 보며 관상할 수 있는 나무를 선호한다. 내 인생의 반려 나무를 가꾸는 추세다.
|  | | | ↑↑ [천연기념물 167호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 은행나무] | | ⓒ 동부중앙신문 | |
봄은 그 욕망을 충족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지금 내가 원하는 나무가 있다면 주저 말고 한 그루의 나무라도 심어보자. 오늘 심은 그 나무가 오래오래 자라서 천연기념물이 될 수도 있고 만인에게 희망을 주는 버팀목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순간에 “와 ~ 나무가 많이 컸네!” 하는 순간이 온다.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그리고 뭇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돌려주는 것이 나무다. |  | | | ↑↑ [용문사 은행나무 약 1조7000억의 가치로 평가되는 지역경제 버팀목이다.] | | ⓒ 동부중앙신문 | |
한번 우리나라 명목을 살펴보자, 나무나라 대통령으로 불리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큰 인기를 누리며 지역경제의 효자 나무로 칭송받는다.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는 수많은 청춘남녀의 가슴을 들끓게 했다. 경북 예천의 소나무는 석송령이라는 자신의 고유 이름과 토지, 장학재단까지 거느리고 있는 부자 나무로 살아간다. 그뿐만이 아니다. 잘생긴 나무의 모습에 매혹된 식물학자들이 부인 나무를 간택하여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나무도 있다. 유전자를 간직한 후계목을 얻고자 함이다. 명목을 만나 얽힌 사연을 들어보면 나무를 심어야 할 이유는 백 가지도 넘는다. 현대사회는 정서적 문화적 생태적인 효과를 제외하고도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인기를 누린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시할 수 없는 경제적인 효과는 나무를 한층 더 신성하고 귀중한 존재로 만든다. 그중 공영방송[KBS]에서 보도한 한 나무를 살펴보자.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접리에 있는 용문사의 은행나무 사례다. 이 나무는 절보다 은행나무가 더 유명세를 떨친다.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용문사를 창건하고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기념으로 꽂은 것이 오늘의 은행나무로 자랐다는 전설이 있고 신라 말 망국의 한을 품고 금강산으로 가던 마의태자가 이곳에 지팡이를 꽂아 훗날 거목으로 자랐다는 전설이 공존한다. 누군가 오늘의 일을 짐작하고 세세히 기록한 바 없어 정확한 탄생의 비밀을 알 길은 없지만. 그래서인지 이 나무는 더욱 신비스럽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여러 차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의병의 은신처로 지목되어 절과 나무를 불태워 버렸으나 용케 살아남았다. 전쟁의 참화에도 끄떡없이 버텨냈다. 거목의 천적인 벼락에도 살아남았으며 전용 피뢰침까지 거느리는 귀한 몸으로 대접받고 있다. 그래서 이나무는 별칭이 많다. 살아있는 화석, 동양 최고령의 은행나무, 동양 최대크기의 은행나무, 나무나라 대통령, 천연기념물 30호 등 화려한 타이틀을 자랑한다. 이 장엄한 나무를 보는 사람들이 또 한 번 궁금해하는 것이 있다. 과연 저 은행나무를 돈으로 환산 한다면?
|  | | | ↑↑ [여주시 우만리 느티나무 400여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 | ⓒ 동부중앙신문 | |
공영방송은 이러한 궁금증 해소를 위해 전문가를 동원한다. 양평군에서는 연간 관광객 수와 소비 비용 입장료 등 지역경제 창출 효과를 계산하고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교수는 관상수로서의 가치와 열매 판매수익금 은행나무 바둑판을 만들어 판매할 경우의 가치까지 계산해 낸다. 산림 환경학 교수, 토목 환경공학 교수, 농업 생명학 교수가 참여하여 진단한 이 프로그램에서 나무의 가치는 1조 6,884억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입이 딱 벌어지는 금액으로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다. KBS에서 지난 2005년 10월 29일에 방송된[대한민국 가치 대발견] 이야기이다.
주저할 필요가 없다. 지금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면, 당신의 손길이 지역경제를 좌우하는 신의 손이 될 수도 있다. 훗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면 그 가치는 헤아리기 어렵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내 인생의 나무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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