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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 원종태의 나무이야기 -대통령의 나무(4)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4년 03월 06일(수) 15:18
↑↑ [청와대 본관 동편 구상나무 노태우대통령께서 올림픽성공을 기원하며 식재한 나무다.]
ⓒ 동부중앙신문
연일 시위대의 함성과 최루탄의 매캐한 냄새가 거리를 뒤덮던 80년대가 서서히 저물어 갈 무렵 대한민국이 지구촌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사건이 발생한다.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 된 가운데 올림픽 성화가 점화되고 서울로, 서울로 세계인이 몰려든다. 가난한 나라, 전쟁고아를 수출하는 나라, 원조를 받아야 하는 나라, 온갖 부정적 이미지가 넘쳐나던 대한민국이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모처럼 온 국민이 합심하여 치러낸 서울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대한민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깔끔하게 지우는 슈퍼지우개가 탄생한다. 88올림픽은 올림픽 역사상 최대 참가국의 기록을 남기면서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다. 대한민국은 성공의 여세를 몰아 선진국의 문턱으로 성큼 다가선다.

단군이래, 가장 크고 성대한 행사라는 올림픽 준비에 대한민국은 국력을 결집한다. 국토는 대대적인 정비가 단행되고 경기장은 물론 도로와 교량 국토 미화를 전담하는 부서까지 생겨난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나무였다. 국토 요소요소에 크고 작은 공원이 조성되고 모양이 빼어난 나무들이 귀한 대접을 받으면서 호사를 누린다. 조경수나 관상수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진 시기가 바로 그 시절이다.

↑↑ [청와대 본관에서 관저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옆에서 본 모습 아름다운 수형을 자랑한다.]
ⓒ 동부중앙신문
당시 국정 책임자였던 노태우 대통령께서는 어떤 나무를 심었을까? 이때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를 선정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했다는 후문이다. 과연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를 고른다면 어떤 나무를 고를 수 있을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 결정권자라면 어떤 나무를 심고 한국을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한국의 나무를 자랑할 수 있었을까? 나무는 나무 자체의 상징성도 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함께하는 나무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생김새, 꽃, 열매, 원산지 등 간택 절차가 왕조시대에 국모를 선택하는 절차만큼이나 까다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심겨진 자리에 오래, 오래 잘 자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적지적수(適地適樹)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나무를 심고 가꾸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기도 하다. 또 한 번의 도전이 시작된다. 적지적수라는 원칙을 뛰어넘어 청와대에 구상나무를 식재 한다. 이때의 선택은 기념식수 역사에 오점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중요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구상나무의 생리가 워낙 특별한 나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구상나무는 소나뭇과로 학명(Abies Koreana)아비스 코리아나로 불리며 한국의 특산종으로 한라산, 지리산, 무등산, 덕유산 등 해발고도가 높은 고산에서 자생하는 나무다. 나무의 키가 10~18m 정도까지 자라며, 회갈색의 거친 피부를 가지고 있다. 홉사 주목과 전나무의 중간 모습으로 자란다. 암수 한 그루이며 꽃의 색이 자주색인 것은 구상나무, 검은빛이 강한 것은 검은구상, 붉은빛이 도는 것은 붉은구상, 녹색인 것은 푸른구상이라 부른다. 구상나무는 원추형으로 사방으로 가지가 잘 자라며 수형이 매우 아름답다. 한국보다도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국가에서 고급 크리스마스트리용으로 껌뻑하는 나무다. 아담한 키에 침엽이면서도 잎끝이 뾰족하지 않아 서구인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꽃말은 '기개'다.

구상나무는 서식지에서 집단으로 고사 되고 있어 멸종에 이를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 하다. 식물학자들은 이 나무의 미래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이 쏠려있다. 이런 구상나무를 평지나 다름없는 청와대에 식재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만약 서울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면서 식재한 이 나무가 고사했다면 호사가들의 비평은 어떠했을까? 식물의 기본도 무시하고 나무를 식재했다는 비평에 자유롭지 못하였을 것이다.

↑↑ [구상나무의 특징은 잎 앞면은 녹색 뒷면은 흰색을 띤다.]
ⓒ 동부중앙신문
그러나 구상나무는 악조건 속에서도 훌륭하게 자라주었다. 위기에 단합하고 국난에 힘을 모으는 한민족의 의지에 감동한 것일까? 고산지대에서나 자란다는 통념을 깨고 청와대에 심은 구상나무는 왕성한 생장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청와대 본관 동편에 위치한 구상나무는 나무를 구경하는 구경꾼들에게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저 나무가 88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이끈 영험이 있는 나무라네!’ ‘와~ 저 나무가 한국 토종나무라는 구상나무야!’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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