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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 원종태의 나무이야기 -크리스마스와 전나무-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3년 12월 13일(수) 16:40
↑↑ 호텔 로비에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
ⓒ 동부중앙신문
찬바람이 낙엽을 몰고 골목길을 달린다. 플라타너스가 알몸을 드러낸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은행나무도 단풍나무도 화려한 옷을 벗어버리고 맨살로 겨울바람을 즐긴다. 높은 산은 머리 위에 하얀 눈을 이고 이 강산에 겨울이 왔다는 소식을 멀리까지 전한다. 이때쯤이면 도심에 한 그루 나무가 등장한다. 무수히 반짝이는 불빛과 금종과 은종으로 단장한 나무는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새해가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크리스마스는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일 년 중 가장 강력한 추위가 다가오는 때다. 이러한 겨울을 추워서 좋다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색깔이 분명함을 찬양하고 싶다는 것이다. 펄펄 내리는 함박눈이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하고 스키를 즐기려는 인파가 기다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축복받은 나라다.

겨울이 지나면 환희에 봄이 있고, 왕성한 성장을 돕는 여름이 있다. 여름의 노고를 보상하는 결실의 가을은 뭍 생명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그러나 묘하게도 가을에는 꽃 피는 봄을 추억하고 겨울은 여름의 푸름과 싱싱함을 그리워한다. 충족된 것보다는 부족한 것을 갈구하는 것이 생명의 속성인 것 같다.

때맞추어 크리스마스트리에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다름아닌 늘 푸른 나무다. 다른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리고, 겨울을 감내할 때 푸름을 잃지 않고 당당히 겨울을 이겨내는 나무가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그중에도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 받는 나무가 전나무다. 전나무는 사계절 늘 푸른 나무로 그 자람이 깨끗하고 꼿꼿하다. 하늘을 향하여 우뚝 솟아오른 모습은 장쾌하다. 좌고우면하는 고뇌의 흔적이 없이 오직 하늘을 향하여 자라오르는 모습은 목표를 향한 일념처럼 보인다.

↑↑ [광릉 국립수목원의 전나무 숲, 집단으로 자라고 있다.]
ⓒ 동부중앙신문
지금은 큰 나무를 운반하기가 쉽지 않아 인조 목을 쓰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화분에 심은 전나무가 가정의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전나무가 국민의 마음속에 가까이 와 있는 것은 크리스마스를 장식하는 나무로서가 아닐까? 거리마다 12월 성탄절이 다가오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고귀한 장식을 하여 저물어 가는 해의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특정 종교와 무관하게 이를 즐기는 것이다.

겨울철 많은 상록수 가운데에서도 전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로 선택된 것은 나무 자체가 수려한 것도 있지만 북유럽 켈트족의 전나무를 신성시하는 문화가 깔려있다. 켈트족은 전나무를 장식하는 전통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하여 온다.

오랜 옛날 북유럽에 나무꾼과 딸이 살고 있었다. 이 산골 소녀는 순박하고 마음씨가 착하여 숲을 몹시 사랑하고 늘 숲속의 요정들과 함께 놀았다. 그러나 흰 눈이 덮이는 추운 겨울날이 되어 밖에 나갈 수 없을때에는 요정들을 위해 창밖의 전나무 아래 촛불을 켜두곤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이 소녀의 아버지는 숲속으로 나무를 하러 들어갔는데 눈이 많이 내리고 어두워지자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추운 겨울에 큰 위험이 닥치게 된 것이다. 나무꾼은 사력을 다해 불빛을 찾아 길을 걸었다. 없어진 불빛은 다시 나타나고 몇 번인가를 거듭한 끝에 나무꾼은 자기 집 전나무 밑에 촛불이 반짝이는 곳까지 무사히 찾아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숲속의 요정들이 마음씨 착한 소녀의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해 숲속에서 빛을 만들어 이 나무꾼이 집을 찾을 수 있도록 인도 하였던 것이다. 이날이 마침 크리스마스이브였다고 이야기는 전한다.

그 후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전나무에 반짝이는 등과 예쁜 장식을 하게 되고 지금의 크리스마스트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나라에 걸쳐있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일화는 나라 수만큼이나 많은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는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Martin Luther)가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 별이 빛나는 하늘을 향하여 전나무가 서 있는 모습이 루터의 마음속에 깊은 감명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는 전나무의 끝이 뾰족하여 마치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로 향하는 기도하는 손처럼 보여 이와 같은 나무를 준비하여 자기 집 방에 세우고 거기에 별과 촛불을 매달아서 장식을 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전해 내려오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 [허리둘레가 수 미터에 이르는 전나무]
ⓒ 동부중앙신문
전나무는 한국의 사찰 주변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그 모습이 우람장대하여 신성한 대접을 받는 나무로 꿈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정진의 표상이 되는 나무다. 한 번 마음먹으면 한 치의 구부러짐도 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올곧은 나무에서 진리를 구하는 구도의 나무가 전나무인 것이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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