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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 원종태의 나무이야기 -소나무-
충절, 의리, 장수의 상징 소나무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3년 11월 22일(수) 10:28
이 땅에 수많은 종류의 나무가 살아가지만, 한국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나무가 있다. ‘솔가지를 꽂고 태어나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소나무 불로 음식을 해 먹고 소나무로 만든 가구를 지니고 살다가 소나무 관에 담겨 소나무 아래 묻히는 것이 인생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소나무가 한국인의 정서를 대표한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애국가에 등장하는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이나 ‘이 몸이 죽고 죽어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로 시작되는 충절가는 다시 한 번 소나무를 우러러보게 한다. 소나무는 충절, 장수, 절개, 의리의 상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나무이자 한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1위에 오른 지 오래된 나무다.

↑↑ [추사는 제주도의 유배지에서 세한도를 그렸다고 전한다.]
ⓒ 동부중앙신문
소나무는 유명세만큼이나 전설과도 같은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오늘의 이야기는 소나무를 소재로 강한 의리를 나타낸 국보급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조선 후기의 명필로 알려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는 깊은 사연이 담긴 그림이다.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 갔을 때 그린 그림으로 조그만 집하나, 앙상한 고목의 가지에 듬성듬성 잎이 매달린 소나무 하나, 그리고 나무 몇 그루를 그렸다.

↑↑ (양평 세미원에 기와로 단장한 세한정은 추사 유배지를 재현한 모습이다.)
ⓒ 동부중앙신문
이 그림은 유배의 외로움이 짖게 묻어나는 작품이자 의리를 지키는 제자 이상적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림을 보노라면 작품의 이름처럼 한기에 몸이 오돌오돌 떨린다. 세한도로 불리는 그림은 국보 180호로 지정된 가치가 인정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그림은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也)’라는 명구를 말없이 나타낸다.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른 기상을 알 수 있다는 대목 말이다.

김정희가 제주도 유배 시절 제자 이상적(1803-1865)은 김정희를 찾아오기도 하고 구하기 힘든 중국 고서를 수집하여 보내준다. 대운산방집은 총 120권, 79책이나 되는 방대한 책이다. 이상적은 통역관으로 당시 청나라 연경(북경)을 여러 차례 오갔었다. 세한도는 김정희가 이상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그려준 그림이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소나무와 잣나무는 참된 선비의 가야 할 길을 잘 대변한다. 우정과 의리, 지조를 지키기는커녕 배신과 음모가 횡횡하는 작금의 세태에 세한도의 발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세한이란, 추운 겨울이란 뜻이다. 아래의 발문은 양평 두물머리 세미원 세한정의 담벼락에 새겨진 글을 옮겼다.


지난해에는 만학집과 대운산방집  두 가지 책을 보내왔더니 올해에는 백이십 권이나 되는 우경문편을 또 보내주었네.
이런 책들은 흔히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천만리 머나먼 곳에서 사들인 것으로 한 때 마음이 내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
또한 세상의 도도한 인심은 오직 권세와 이익을 좇거늘 이렇듯 마음과 힘을 다해 구한 소중한 책들을 권세와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바다 멀리 초췌한 늙은이에게 보내주었네.
마치 세상 사람들이 권력가들을 떠받들 듯이 말일세.
태사공께서는 권세와 이익으로 어울린 사람들은, 권세와 이익이 다하면 서로 멀어지게 된다고 하셨네.
그대 또한 세상의 도도함 속에 사는 한 사람 일진대 그 흐름에서 벗어나 초연히 권세 위에 곧게 서서 권세와 이익을 위해 나를 대하지 않았네.
태사공께서 하신 말씀이 틀렸단 말인가 공자께서는 날씨가 추워져 다른 나무들이 시든 후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알게 된다고 하셨네.
소나무와 잣나무야 시들지 않고 사시사철 변함없지 않은가 추워지기 전에도 송백이요 추워진 후에도 그대로의 모습이니 성인께서는 추워진 후의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름을 특별히 말씀하신 거라네. ~중략~

↑↑ [제주 추사 유배지의 소나무 해송[곰솔] 나무의 크기로 보아 세한도의 모델은 아닌듯하다.]
ⓒ 동부중앙신문
김정희의 발문과 같이 매서운 겨울에도 그 기상을 지키며 변하지 않는 청정한 나무를 소나무와 잣나무로 표현하고 있다. 극한의 상황이 되어보아야 인간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빈부귀천을 떠나 자신의 주변에 소나무와 잣나무로 상징되는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한다면 세상은 살만할 것이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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