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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상징 은행나무
|  | | | ↑↑ [한국 은행나무 중 가장 아름답다는 반계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167 호] | | ⓒ 동부중앙신문 | |
꽃보다 아름답다는 단풍이 지천이다. 삼천리강산이 물들면 마음도 물든다. 그 황홀한 가을 속으로 푹 빠지고 싶다. 푸르기만 하던 잎 속에 어찌 저렇게 고운 색이 숨어 있었을까?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방송도 앞 다투어 단풍 소식을 전한다. 꽃 소식은 남에서 북으로 북상하고 단풍 소식은 북에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온다. 그 속에 묻혀보려는 인파가 바다를 이루는 가을이다. 단풍을 찾은 인파들의 얼굴은 모두 취한 모습이다. 단풍에 취하고 아름다운 등산복에 취하고 얼굴조차 물든다. 가을의 주인공 단풍을 찾아 나섰다. 붉은 단풍의 으뜸은 단풍나무 형제들이 차지한다. 노란 단풍의 여왕은 단연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는 산으로 찾아가지 않아도 접근하기 쉬운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가 가까이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온 지 매우 오래된 나무가 은행나무다. |  | | | ↑↑ [은행나무 중 동양 최대의 큰 키를 자랑하는 용문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30 호] | | ⓒ 동부중앙신문 | |
단풍철이 되면 여주 강천섬과 양평 용문사 홍천 광원리, 괴산 문광저수지는 발 디딜 틈이 보이지 않는다. 동양 최고의 키를 자랑하는 훤칠한 은행나무가 양평의 경제를 지탱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가 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은행나무가 원주시 반계리에 있다. 나무 그 자체만 해도 경이롭다. 실제 단풍 든 모습을 보지 않고 키가 얼마이며 폭이 얼마나 된다는 숫자놀음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나무의 키는 하늘을 찌르고, 아름다운 모습이 산[山]만하다고 구전되는 이유를 만나보면 알 수 있다.
은행나무는 전국 곳곳에 고루 분포하고 있으며 학자의 고택이나 관청, 유가(儒家)에서는 상징처럼 심고 가꾼 나무다. 사찰이나 서원, 향교, 그리고 관청이 자리를 잡았던 곳에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은행나무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특히 한국 유가에서는 가장 신성시하는 나무가 은행나무다. 은행나무가 왜 유가의 상징처럼 자리를 잡았는지는 분분한 설이 있지만, 나이가 많은 나무는 사찰에서, 나이는 적지만 나무의 수량에서는 서원에서 더 많은 은행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은행나무가 유가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이 나무의 특성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초지일관 공룡시대부터의 본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나무의 품위가 있다. 해충이 잘 침범하지 않고 오래 산다. 웅대하게 자란다.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인간이 본받고 싶은 공부의 대상이었다. 은행나무의 생리적 특성 자체가 유학자가 본받아야 할 덕목이자 유학의 중요원리인 격물치지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학자들이 은행나무를 받드는 또 다른 이유는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서 제자를 길러냈다는 믿음이다. 행단(杏壇)이라는 의미가 은행나무냐? 살구나무냐? 하는 논쟁은 학자 간에도 분분하다.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한국의 유학자들은 행단의 행(杏)을 은행나무로 해석한다. 따라서 유학의 창시자 공자가 제자를 가르쳤던 행단의 나무를 은행나무라 본다. 그 나무에 신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 흔적은 여러 곳에 남아 있다. 한국 유가의 총본산인 성균관의 상징이 은행나무다. 5장의 은행잎으로 상징을 만들어 사람의 기본적인 덕목(德目)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나타내고 전국향교에 유교의 상징인 은행나무를 심고 공자의 교육 정신을 일깨우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성균관 대학교도 교목으로 삼고 있으며 상징 마크도 은행잎이다. 일본의 오사카 대학과 도쿄대학에서도 이 상징을 찾을 수 있다. 전국 시도와 자치단체를 상징하는 나무로 은행나무를 사용하는 도시가 수두룩하다. 서울시와 전라남북도, 여주시도 시를 대표하는 나무가 은행나무다. 양평, 여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단풍이 드는 시기는 10월 말부터 11월 초이나 그 해 기상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동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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