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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블루는 무슨 방법으로 젊은 청춘들의 영혼을 사로잡았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젊음을 상징하는 청바지와 깊은 관계를 맺은 나무가 싸리다. 그 나무가 요즈음 산야에 지천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 싸리는 십수 년 전만 해도 일상생활에 요긴한 생활의 재료였다. 마당을 청소하는 싸리비에서 건축재료나 생활에 요긴한 도구를 만드는가 하면 교육용으로도 그 명성을 날렸다. 연령대가 있으신 분들은 싸리 회초리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싸리와 청바지는 어떤 관계란 말인가? 싸리하면 어떤 분들은 7월의 홍싸리에 멧돼지는 떠올려도 푸른 청바지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청바지의 원조는 유럽이고 아메리카의 골드러시가 꿈틀대면서 급속히 청바지가 퍼져나간다. 할리우드의 간판스타들이 청바지를 입고 광야를 질주한다. 영화 속의 멋진 모습에 반하지 않은 젊은이가 없었다. 그 바지 한번 입어보는 것이 청춘들의 소망이기도 했다. 세계의 시장을 주름잡은 ‘lee’, ‘Levi's’란 브랜드는 천문학적인 돈도 벌어들인다.
청바지는 색상이 특유의 검정에 가까운 파란색을 띠고 있다. 순수한 우리말로 표현하면 쪽 빗이라고 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높고 넓은 가을하늘을 쪽 빗 하늘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영어로는 이러한 색을 인디고블루[indigo blue]라 한다. 이 푸르디 푸른색의 고향이 원래는 인도다. 인도로부터 퍼져나온 색, 귀하디귀한 색에 유럽인이 열광한다. 인도로부터 온 푸른색이라 하여 인디고블루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때만 해도 유럽에서 인디고블루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머나먼 바닷길을 돌아 인도를 찾았다.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고도 원하는 수량을 구하기 어려웠다. 인디고블루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파란 눈의 유럽인들이 인도까지 몰려와 북새통을 이루자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인도의 지주들은 식량작물을 갈아엎고 인디고블루를 생산해낼 수 있는 싸리를 심었다. 몇몇 지주는 벼락부자가 됐지만 힘없는 농부들은 열심히 일해도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급기야 아사의 위기로 몰렸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것이다.
유럽 열강들의 첨예한 이익 다툼 한복판에 있었던 인디고블루는 아무리 가격을 내리려 해도 신통한 방법이 없었다. 수요는 몰리고 공급이 달리니 인디고의 별명은 '블루 골드'라고 불릴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게 된다. 이때 인디고블루 때문에 사람이 굶어 죽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열혈의 화학자가 있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화학자가 독일의 아돌프 폰 바이어[Adolf von Baeyer]다. 그는 인디고블루의 화학 구조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평생을 몰입한 끝에 1897년에 합성 인디고블루를 출시한다. 아돌프는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05년 노벨 화학상을 받게 된다. 천연염색에서 화학염색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인디고블루는 대중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인디고블루에 열광한다.
인디고블루의 열풍을 몰고 온 싸리는 한국에서는 낭아초[狼牙草]로 불린다. 학명:[Indigofera pseudotinctoria Matsum] 다. 같은 형제인 땅비싸리 학명:[Indigofera kirilowii]로 불리는 싸리도 염료식물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고루 퍼져 산다. 인디고블루는 이집트 파라오 묘역에서도 발견되는 색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귀족층에서 사용하던 고급 염료로 인류와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싸리는 식물 그 자체로 보면 작은 떨기나무에 지나지 않지만 긴 세월 인류에 고귀한 색을 선사하며 함께 살아온 나무다. 나무는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비밀스러움을 하나씩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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