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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를 꿈꾼다면 이 나무를 심어라.
숲해설가 원종태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3년 08월 22일(화) 17:11
ⓒ 동부중앙신문
나무 모양과 이름이 다양하다고는 하지만 귀신나무라 불리는 나무가 있어 흥미롭다. 귀신 귀[鬼]+나무 목[木]을 합하면 홰나무 괴[槐]가 된다. 한문을 파자하면 괴목은 곧 귀신나무가 된다. 괴목의 정식명칭은 회화(槐花)나무다. [학명 Styphnolobium japonicum (L.) Schot] 지방에 따라 회나무, 홰나무, 괴나무, 괴화(槐花)나무라고도 불린다. 충청도 해미 에서는 호야 나무라고 일컫기도 한다. 신령한 귀신이지 사악한 귀신인지 그 사연을 알아보자

한자 槐를 '괴'라고도, 읽고 '회'라고도 읽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된다. 그 명칭 때문에 화살나무 속 회나무와 혼동되기도 하고 느티나무와도 혼동된다. 느티나무도 지방에 따라 괴목으로 불린다. 충북 괴산이 대표적인 느티나무 군이다. 정작 중국에서는 느티나무를 의미하는 한자는 규[槻]와 거[欅]가 따로 있다. 우리나라 괴산은 느티나무 괴를, 부산의 사하구 괴정동은 회화나무를 괴로 쓰고 각자 느티나무와 회화나무를 나타내지만 괴의 발음은 같은 모습이다.

'회화나무'라고 하면 잠시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영어 회화와 나무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것이 아니라면 그림 회화와 이 나무가 관계가 있는지 진지하게 질문하는 분들도 있다. 회화라는 이름만 놓고 보면 풍성한 지식이 담긴 나무처럼 들린다. 회화나무라는 이름은 이 나무의 고향인 중국의 한자 이름인 괴화(槐花)나무에서 유래한다. 중국에서는 괴(槐)자를 '회'라고도 발음한다. 한국에서도 중국 음을 그대로 발음하며 괴화는 회화가 되고 회화나무로 이름이 굳어졌다.

회화나무는 대표적인 학자수(學者樹)로 또는 길상목으로 행운의 나무로 통한다. 이는 중국 주나라 때 삼괴구극(三槐九棘)이라고 해서 회화나무 3그루와 가시나무 9그루를 심어놓고 여기에 정승 3명, 고급관료 9명 등을 세웠다는 고사로부터 유래한다. 이 나무를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대학자가 배출되며 크게 성공한 인물이 나타난다고 하여 쟁쟁한 가문에서 정성스럽게 심고 가꾸었다고한다.

회화나무는 임금이 친히 상으로 하사하는 나무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궁궐이나 정승이 태어난 고택, 문묘 등지에서 이 나무를 많이 만날 수 있다. 몇백 년 이상 살아온 회화나무는 궁궐에서는 물론 지방으로 가면 향교, 서원, 종택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어 이름인[Chinese Scholar Tree]에서 알 수 있듯이 회화나무는 유럽권에서도 학자수로 부르는 나무다.

회화나무가 학자수로 길상목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중국 주나라의 영향이 크다. 봉건사회인 주나라는 사[士]의 무덤에 낙엽이 지는 회화나무를 심도록 했다. 황제는 늘 푸른 소나무를 심어 영원무궁한 권력을 표시하고 제후는 측백나무를 심도록 하여 계급에 따라 심을 수 있는 나무가 정해졌다. 이 문화는 우리나라에도 전파되고 회화나무는 선비들이 사랑하는 학자수로 미래를 준비하는 행운의 나무로 거듭난다.

ⓒ 동부중앙신문
거대한 회화나무가 있다는 것은 그 주변에 서원이나 향교 또는 명문가의 자취가 있다는 자랑스러운 표시였다.

그 흔적은 창덕궁이나 창경궁을 비롯한 성균관과 전국 각지에 산재하여있는 서원과 향교에서 어렵지 않게 만난 볼 수 있다. 회화나무 중 유명한 것은 창덕궁 회화나무군락으로 돈화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회화나무이며, 정승나무로 불린다.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을 상징하기 위해 식재된 나무로서 동궐도에 노거수로 그려져 있으며 현재 수령이 400년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 고목이다.

창경궁에도 사도세자의 한이 서린 회화나무가 고통스러운 모습을 띠고 있다. 영조 시대에 회화나무 아래 뒤주에 감금된 사도세자가 이 나무 아래서 절명했다. 사도세자의 절규를 고스란히 들은 회화나무는 나무가 뒤틀리고 생장이 정지된듯한 애절한 모습을 보여 사연을 아는 이들을 처연하게 한다. 멀지 않은 곳에 우람한 크기의 회화나무가 특유의 괴를 품고 이 나무의 모습을 굽어보고 있다.

회화나무는 수형이 제멋대로 뻗는 듯한 시원한 자람의 모습도 보인다. 이를 학자의 의연하고 고고한 기개를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를 한다. 그러나 사물의 평가에 좋은 점만 있을 수는 없다. 반대로 가지가 구불구불한 것을 보고 곡학아세를 일삼는 어용학자를 보는듯하다고 비꼬는 시각도 있다. 나무는 나무 그 자체다. 나무에 고귀한 인격까지 보태준 선조의 슬기가 놀랍기만 하다.

회화나무는 아까시나무와 콩과 집안으로 모양이 매우 홉 사하다. 이 나무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구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회화나무는 홑잎이 아까시나무보다 더 작고 가지에 가시가 없으며, 아까시나무는 5월에 꽃이 피지만 회화나무는 7월 말-8월 초에 흰 꽃이 개화한다. 꽃이 지고 나면 여무는 열매도 그 모습을 달리한다. 홉사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가 동글동글하게 달린다.

회화나무는 자람도 빠르지만, 공해에 매우 강하다. 대기오염에도 불구하고 가로수로서 잘 자란다. 이런 특성으로 최근 가로수로 인기가 있다. 오랜 역사 속의 나무이자 고목이 많은 회화나무는 나무에 얽힌 가슴이 아픈 사연도 있지만, 삶의 지혜도 남기고 있다. 그중에도 ‘괴안몽’ 또는 ‘남가지몽’, 이라는 이야기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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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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