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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고 싶은 당신에게
숲 해설가 원종태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3년 08월 07일(월) 17:15
↑↑ [부산에 자라는 천연기념물 168호 배롱나무 800살의 나이를 가지고 있다.]
ⓒ 동부중앙신문
아름다운 꽃을 곁에 두고 오래오래 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꽃은 내일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열흘을 넘기가 어렵다고 하여 화무십일홍이라고도 한다. 다양한 경우의 비유로도 쓰이기는 하지만. 이에 반발이라도 하듯이 백일홍[百日紅]을 찾아낸다. 10배나 되는 기간 동안, 아니 평생 아름다운 꽃을 즐기고 싶다는 것이다. 그 꽃을 피우는 나무가 배롱나무다. 화초류 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하여 목[木]을 앞에 붙여 목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배롱나무 나무껍질은 원숭이도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 동부중앙신문
이 나무의 정식명칭은 배롱나무,[학명: Lagerstroemia indica L.]로 한국, 인도, 중국, 일본, 아시아에 분포한다. 부처꽃과의 낙엽이 지는 넓은 잎을 달고 있으며 소교목으로 5~7m 정도 크기까지 자라 정원수로 적합하다. 나무껍질은 광택이 나며 매끄럽고 깔끔하다. 주로 한수 이남의 따뜻한 지방에 잘 자라며 경기지방에서는 혹한기 동해의 염려가 있다. 최근 경기지방에서도 배롱나무를 만나볼 수 있으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준다.

ⓒ 동부중앙신문
한 나무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꽃이나 나무의 모양, 열매의 용도 그리고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무시할 수 없다. 그야말로 나무도 인기를 누리는 유명인과 비슷하다. 배롱나무 역시 최고 권력자가 사랑했던 나무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배롱나무를 자미화[紫微花]라 부른다. 붉은 배롱나무라는 뜻이 있으며 꽃을 좋아했던 당의 헌종은 자신의 집무실 중서성 근처를 자미화로 장식하고 중서성을 자미성이라 고쳐 부를 정도로 자미화를 사랑했다. 황제의 별은 紫微星이고 황제의 집무실은 紫微省 이렇게 자미화의 명성은 중원으로 퍼져나갔다.

우리나라의 선비들도 자신의 주변에 자미화를 심었다. 그리고 사랑을 흠뻑 준 그 흔적이 강릉 오죽헌과 담양 명옥헌을 비롯한 서원과 사찰에 남아있다. 지금도 오랜 나이를 간직한 배롱나무가 한여름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조선의 원예가 강희안도 [양화소록]에 수록하고 있다. 고려의 신숭겸 장군묘역에도 심겨 있으며 부산에 800여 년을 자라온 배롱나무가 천연기념물 168호로 지정되어있는 사례를 보면 배롱나무가 사랑받은 역사는 매우 길다고 하겠다.

여주와도 인연이 있는 고려의 목은 이색도 배롱나무에 반해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고 한다.
“푸르고 푸른 솔잎은 사시에 늘 푸른데/신선의 꽃봉오리 백 일 동안 붉게 핀 것 또 보네/
옛것과 새것이 서로 이어 하나의 색으로 바뀌니/ 조물주의 교묘한 생각 헤아리기 어려워라.” 배롱나무꽃이 한번 피면 백일을 가는 것은 아니다. 먼저 핀 꽃이 지면서 새것이 피어나고 서로 이어나가기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작하면, 한여름이 다 가도록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는 조물주의 교묘한 능력을 노래하고 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막강한 권력이라고 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쓰이지만, 눈앞에 다가온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고 싶은 사람은 없어 보인다. 평생 꽃길만 걷고 싶고 무한권력을 누리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간파하고 있는 배롱나무는 말없이 교훈을 준다. 옛것과 새것이 서로 이어 하나의 색으로 일관되게 유지하는 고난도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긴 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비결을 배롱나무는 말없이 실천한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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