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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피는 사랑의 꽃나무
숲 해설가 원종태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3년 07월 17일(월) 13:33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유구한 생명력을 지닌 이야기가 중 하나가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고전이나 문학 속에 자주 등장하는 사랑 이야기는 수많은 사람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며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앞집 철수와 뒷집 영희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에서부터 세기의 역사를 뒤흔들며 전쟁까지 몰고 온 진한 사랑 이야기가 독자의 가슴을 뒤흔든다. 시대가 바뀌며 영화와 드라마로 옮겨온 사랑 이야기는 가정의 저녁 시간을 눈물바다로 만드는가 하면 손에 땀을 쥐어가며 몰입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마르지 않는 샘물과도 같은 그 사랑 이야기의 시작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인류보다 훨씬 먼저 이 땅에 자리 잡은 나무에서 그 답을 구해본다.

식물의 세계를 살펴보면 사랑의 기술은 놀랍기만 하다. 무릎을 '탁' 치며 감탄할만한 장면이 부지기수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오묘한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느낀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을 세세히 관찰한 우리의 조상님들이 식물끼리의 사랑을 보며 자신들의 사랑을 키워 나아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장미는 날카로운 가시를 지니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연리지는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죽어서도 헤어질 줄 모른다. 그런가 하면 낮에는 일상에 충실하다가 해가 지고 밤이 오면 서로 마주 보며 상대를 얼싸안고 잠을 이루는 나무도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이 나무 이름을 합혼수[合婚樹] 또는 음양합일목 이라고도 부른다.

이 나무의 정식명칭은 콩과 집안의 자귀나무[Albiza julibrissin Durazz]로 지방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향명(鄕名)이 많은 자귀는 짜구나무, 자구나무, 합환목(기쁨으로 만나는 나무), 합혼수(혼인으로 만나는 나무), 유정수(정이 많은 나무), 야합수(밤에 만나는 나무) 등으로 이름은 달리 부르지만, 뜻은 모두 유사하다. 하나같이 남녀 간의 만남과 사랑의 즐거움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고 사랑을 떠 올리게 한다.

글 속의 이야기처럼 자귀나무가 밤이 되면 정말 잎들이 마주 보고 잠을 자는지 필자는 궁금했다. 해가 진 밤중에 자귀나무를 찾았다. 과연 자귀나무는 금실 좋은 부부가 서로 마주 보고 잠을 자듯 잎들이 모여 잠을 자고 있다. 
ⓒ 동부중앙신문
     꽃의 모양도 주황과 보라, 핑크가 곁들여진 색실처럼 피어나는데 해 질 무렵이 가장 화사하게 피어난다. 자귀나무는 홉사 움직이는 동물처럼 잎을 모으고 잠을 자고, 아침이면 일어나 기지개를 켜듯 잎을 쫙 펴고 햇볕을 듬뿍 받는다. 스스로 움직이는 신통한 능력이 있는 셈이다.

ⓒ 동부중앙신문
지혜로운 조상님들이 이러한 모습을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는 않았다. 자귀나무꽃을 합환화, 라고도 부르고 나무껍질은 합환피라 한다. 자귀나무는 꽃이나 잎, 껍질을 차로 달여 마시기도 하는데 이 차를 부부가 함께 마시면 부부 사이의 금실이 좋아져 절대 이혼하지 않는다고 하여 이 나무를 애정목(愛情木)이라고도 칭하기도 한다. 꽃말조차도 ‘환희’ ‘가슴이 두근거림’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중국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져온다. 두고라는 순박한 농부가 부인과 함께 살았다. 어느 날 두고는 장터 주막에 들렸다가 그만 아리따운 기생의 유혹에 폭 빠져 부인은 안중에도 없었다. 현명한 두고의 부인은 때를 기다려 자귀나무의 꽃을 따서 정성스럽게 말린 후, 그 꽃잎을 서방님의 베개 속에 넣어 두었다. 그러다 남편이 돌아온 날 말린 꽃잎을 꺼내 술에 타서 합환주(合歡酒)를 마시게 했다. 그 술을 마신 남편은 기생집에 발을 딱 끊고 곧 전과 같이 아내만을 사랑했다고 한다. 자귀나무가 이렇듯 부부의 금실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 비밀은 바로 자귀나무의 잎이 지닌 독특한 특성 때문이라고 한다.

자귀나무의 잎은 아까시나무 잎보다 가늘며 마주 붙어 있는 겹잎이다. 그런데 낮에는 그 잎이 활짝 펴져 있다가 밤이 되면 나비가 날개를 접듯이 반으로 딱 접힌다. 홉사 서로 마주 보며, 잎들이 사이좋게 붙어 다정한 부부가 잠을 자는 모양이다. 신기하게도 아까시나무 잎처럼 맨 끝에 혼자 외롭게 남는 잎이 없다. 서로서로 짝이 딱 맞는 것이다. 태생부터가 자신의 배필과 함께 태어나 일생을 함께 마치는 특별한 나무다.

세월을 거듭하며 자귀나무를 집안에 심는 것만으로도 가정이 화목하고 특히 부부간의 금실이 좋아진다는 믿음이 굳건해진다. 또한 한방에서는 화를 진정시키고 기분을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신통한 효험이 있는 것으로 귀한 약재로 취급한다. 왕실과 양반가에서 부부 금실과 행복을 위하여, 자손의 번창을 위하여 이 나무를 심는 것은 필수였다고 하니 꽃도 즐기고 부부의 정을 길이 간직하는 데는 자귀나무만 한 나무도 없다. 지루한 장마가 시작할 때쯤 피어나 장마 속에 피는 꽃으로도 알려져 있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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