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해설가 원종태 |  | | | ⓒ 동부중앙신문 | |
‘엄마 저기 하얀 나비가 떼로 모여 있어요’ 아이는 나비가 모여있는 나무 옆으로 엄마의 손을 잡아당긴다. 나무 옆으로 다가간 엄마는 이리 보고 저리 보며 ‘꽃이 홉 싸 하얀 나비처럼 생겼네’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무슨 나무의 꽃인지 그 나무를 알고 싶은 표정이다.
산딸나무꽃은 5월 하순부터 6월 상순에 피어난다. 네 장의 꽃잎이 서로 마주 보며 붙어 있다. 하얀 십자가처럼 보이기도 하고 약간 떨어져서 바라보면 흰 나비 떼가 모여든 것처럼 보인다. 층을 이루는 나뭇가지마다 흰 꽃이 여러 개씩 층층으로 핀다. 본래 꽃처럼 보이는 4장의 흰색은 꽃잎이 아니다. 잎이 변하여 포엽이라 불리는 꽃받침인데 진짜 꽃은 중앙에 돌기처럼 작은 꽃이 따로 있다. 가을에 빨갛게 익은 열매를 보면 잘 익은 딸기처럼 보여 산딸나무로 불린다.
산딸나무의 포엽은 벌과 나비 등 여러 곤충이 쉽게 꽃으로 날아 들어올 수 있도록 변신한 모습이다.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에 자기 자손을 번창시키기 위한 산딸나무의 전략이기도 하다. 산딸나무 외에도 다수의 식물이 곤충을 유인하기 위하여 다양한 변신을 시도한다.
산딸나무 [학명 Cornus kousa]는 층층나뭇과에 넓은 잎을 가지고 있으며 낙엽이 지는 중간 키 나무로 5~12m 정도 자란다. 산속이나 계곡 주위 등 어디서나 비교적 잘 자라며 꽃 모양이 특이하고 열매가 독특하여 관상수로 주목받고 있는 나무다. 조경과 식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원이나 공원 아파트단지 등에 즐겨 심지만 나무 이름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산딸나무의 꽃잎을 보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 십자가처럼 보인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이 나무로 십자가를 만들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전한다. 신비하게도 넉 장의 꽃잎이 십자가를 닮아 유럽 등 기독교 국가에서는 산딸나무를 성스러운 나무로 모신다. 기독교 계통의 기념적 장소에는 특별한 관리를 받는 성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산딸나무는 여름에 피는 꽃도 특이하지만, 가을에 익는 빨간 딸기 모양의 열매는 독특하다. 맛도 감미로워 생식할 수 있으며 사람들뿐만 아니라 새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산딸나무의 변화능력을 살펴보면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잎이 꽃처럼 변신하여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지혜나, 달콤한 열매와 감미로운 향으로 동물을 끌어드리는 능력은 인간지능보다 우월해 보이기도 한다. 자기 삶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움직일 수 없는 산딸나무로서는 생존과 번식을 위하여 동물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벌과 나비를 끌어드리든, 바람을 타고 날아가든, 흐르는 물을 타고 이동하든 자신의 생존전략을 구상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봄이면 잎은 꽃잎으로 변신하여 곤충을 모은다. 이렇게 모인 벌과 나비에게 수고의 대가로 꿀을 제공하고 나무는 수정하여 열매를 맺는다. 벌과 나비는 일용할 양식을 얻어 감은 물론이다.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면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산딸나무는 잘 알고 있다.
성숙한 열매로 만들기에는 잠시 에너지 축적이 필요하다. 성장기의 열매는 동물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녹색으로 성장한다. 다른 해충의 피해를 예방하고자 독소도 머금고 있다. 생존본능에 충실하고 자기방어에도 적극적이다. 열매의 성장기가 지나고 씨앗이 여물면 이내 자손을 퍼뜨려야 한다. 그 자리에서 탈출하지 못하면 후일을 보장할 수 없다. 이때 먼 거리로 움직이는 동물의 힘이 필요하다. 나무는 또 한 번 변신한다. 열매의 색깔은 눈에 잘 띄도록 빨간색으로 변하고 멀리서도 잘 찾아오도록 향기도 발산한다. 새와 짐승은 이 열매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에너지를 얻는다. 산딸나무는 움직이는 동물들의 덕분에 먼 곳으로 먼 곳으로 자기 자손을 퍼뜨린다. 지혜롭다는 인간에게도 나를 차[茶]로 약용으로 와인으로 활용하라고 손짓한다. 거룩한 희생이 번영의 발판이 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는 나무가 산딸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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