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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뇌가 있을까?
유미란 기자 / news9114@daum.net입력 : 2023년 05월 31일(수) 10:53
↑↑ 숲 해설가 원종태
    바야흐로 녹음이 짙어지는 유월이다. 생동하는 에너지를 받고자 나무들은 태양을 향해 팔을 벌린다. 더 높이, 더 빨리, 더 많이,를 부르짖는 인간과 다름이 없다. 자신만의 영역을 구분하고 그 영역을 침범 받지 않으려는 마음은 동식물이 가지고 있는 본능으로 보인다. 사람이 서로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개인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동물이나 식물도 자신만의 영역을 구분한다.

동물이 자기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로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듯이 식물도 동물과 비슷하게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는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영역을 알리는 화학물질을 분비해 자신의 영역에 침투한 씨앗의 발아를 억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소나무는 갈로타닌이라는 물질을 분비하여 일정한 영역 안에서는 다른 식물이 거의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이런 식물 간의 저항 관계를 알레로파시(allelopathy)라 한다.

소나무 상처에서 분비되는 송진 같은 물질은 병원균의 침입을 막는다. 다른 식물의 접근도 막아내는 역할도 한다. 상처를 입은 나무는 사람의 피와 같은 것이 흘러나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내고 특정한 나무뿐만이 아니라 모든 나무는 비슷한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다. 나무마다 꽃이 색과 향기가 서로 다른 이유도 나무가 목적하는 바에 따라 각자 고유의 색과 향을 발산함으로써 스스로 욕구를 달성하기 위한 것임을 식물학자들은 밝혀내고 있다.

이러한 나무의 생존 전략은 신비 그 자체다. 그 모습을 살펴보다 보면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어떻게 이러한 신통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 결국 식물도 생각하는 뇌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쪽동백의 겨울 잎을 살펴본 적이 있었다. 여름내 수고한 나뭇잎은 가을이 되면 노랗게 물들고 잎을 떨군다. 나무에 달린 단풍 든 잎을 살짝 잡아당기면 홉사 모자를 벗어버리듯 새순을 쏙 내민다. 그 속에는 이미 미래의 봄을 맞이할 새순이 정교하게 준비되어 있다. 옷을 벗어버리고 새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는 배우처럼, 모든 준비를 마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 동부중앙신문
수많은 나무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렇게 미래를 준비한다. 빽빽한 소나무와 잣나무 아래는 다른 나무를 찾기가 어려운 경우는 자주 목격된다. 신갈나무 같은 활엽수가 침투하게 되면 소나무는 모진 경쟁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위협으로 벗어나기 위하여 소나무는 타감물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갈로타닌으로 알려진 이물질은 제초제 역할을 한다. 자신의 영역에서 다른 식물이 자리를 잡는 것을 철저히 방해하는 물질이다.

자기 씨앗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없다. 침투하려는 영리한 식물은 이 장벽을 교묘히 뚫고 서서히 침입한다. 이러한 도전의 역사는 숲의 질서를 바꾸며 순환에 순환을 거듭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숲이 변해가는 이유다.

소나무 외에도 유칼립투스는 유칼리툴이라는 성분을 내뿜으며 자기영역을 표시하고, 호두나무는 주글론 이라는 성분을 발산하여 자기만의 생존 구역을 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영역을 침투하려는 식물들을 방어해 낸다. 방어하려는 식물과 그 장벽을 넘으려는 식물들의 치열한 싸움은 어딘가에 나무의 뇌가 숨어 있음을 알려준다. 식물학자들은 나무의 뇌를 찾아내겠다는 결의가 대단하다. 그 결과가 기대된다.
유미란 기자  news911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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