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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해설가 원종태
죽은 듯한 검은 가지에 꽃들이 피어나고 이내 파릇파릇한 새잎이 돋는다. 어둡던 산야는 등불이라도 켜 든 양 환한 세상으로 변하고 힘찬 청춘의 푸른빛은 계곡을 건너고 산정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 나간다. 터져 나오는 꽃망울의 환호성과 벌과 나비가 춤추는 화사하고 싱그러운 계절, 세상 사람들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어찌 이 아름다운 봄을 그냥 보낼 수 있으랴! 정다운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오월의 세상을 즐긴다. 그윽한 꽃향기와 넘실대는 초록 세상은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그러나 이 낙원 속에 슬그머니 스며드는 불청객이 있으니 그 이름이 꽃가루 알레르기다. 사람의 눈에 잘 띈다면 미리 피할 수도 있지만, 소리도 냄새도 형체도 없이 찾아오는 계절성 알레르기는 화려한 봄날의 복병이 아닐 수 없다. 4~5월 온도가 높은 날 꽃가루가 날리면서 알레르기의 원인을 제공한다.
대부분 사람이 잘 적응하지만, 연간 6~7백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꽃 알레르기로 고통을 받는다는 통계는 자못 심각하다. 꽃가루 알레르기는 천만뜻밖에도 우리가 좋아하는 푸른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식물의 생리현상 중 하나다. 꽃이 피면 열매를 맺기 위해 꽃가루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몸속으로 찾아들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꽃가루에 민감한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콧물을 훌쩍이고 재채기까지 동반한다. 증세가 나타나면 쉽사리 멈출 줄 모른다.
봄철의 특징이기도 한 계절성 알레르기는 초본보다는 목본인 나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식물들은 꽃이 피면 벌과 나비 등 곤충이 중매역할을 하는 충매화(蟲媒花)로 불리는 꽃들이 있고 불어오는 바람을 잡아타고 스스로 날아가 목적지에 안착하는 풍매화(風媒花)가 있다. 그중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집단이 풍매화로 불리는 목본류 집단이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초본류인 쑥, 환삼덩굴, 명아주도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풍매화의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수가 있도록 미세한 구조로 되어있어 눈으로 감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 있는 식물 중 꽃가루를 날리는 대표적인 나무는 참나무류, 오리나무, 개암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가래나무, 단풍나무, 등이 있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도 풍매화다. 삼나무 잣나무도 편백 등도 꽃가루가 집중적으로 날리는 계절에는 알레르기를 겪는 사람들은 미리 대비하여야 한다. 풍매화의 공통점은 꽃이 화려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작 눈에 보이는 꽃가루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 의료전문가들의 견해다. 한때 꽃가루 피해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된 버드나무 가족이 무차별 베어지며 수난을 당한 적이 있다. 버드나무 종류는 봄철에 씨앗을 품은 하얀 섬모가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다닌다. 홉사 솜털이 모여 수북이 쌓인 모습을 연출한다. 미관상 아름답지는 않지만, 바람을 타고 씨앗이 이동하는 방편일 뿐이다. 다만 꽃가루 알레르기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바람을 타고 날아다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잘려 나간 것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버드나무류의 씨앗을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식물의 세계나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나 오해로 말미암아 생존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면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진목(眞木)으로 부르는 참나무류 꽃이 필 무렵 알레르기가 극성을 부린다. 참나무 여섯 형제로 불리는 상수리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를 조심하고 볼 일이다. 참나무류 형제는 꽃피는 시기나 산지의 점유율이 매우 높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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