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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소방서 기고] ‘소방관의 자녀로 산다는 것’
이천소방서 119구조대장 이민호의 딸 이수경
김현술 기자 / news9114@hanmail.net입력 : 2016년 07월 16일(토) 00:40
ⓒ 동부중앙신문
안녕하세요! 저는 이천소방서 119구조대에 근무하는 이민호 팀장의 딸 이수경입니다.

소방관 자녀로서‘소방관’이라는 세 단어는 언제나 제 가슴을 울립니다. 길을 걷다 소방서를 볼 때도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가는 소방차를 볼 때 저도 모르게 긴장되고 아빠 생각이 납니다.

아빠는 25년째 소방관으로 재직 중 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 늘 2교대를 하셨기 때문에 아빠를 자주 볼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아빠 차를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매년 학기초 부모님의 직업을 적을 때마다‘소방관’이라고 자랑스럽게 적곤했습니다. 1년에 한번씩 학교에서 소방훈련을 할 때 마다 주황색 제복을 입고 오신 아빠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었습니다.

간혹 친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빠의 직업을 알면 놀란 눈을 하며 대단하시다고 칭찬을 할 때마다 마치 저의 지위가 올라가는 것 같아 어깨가 으쓱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평생 옆에서 지켜본 가족으로서 고충도 많았습니다. 조용한 집안에서도 큰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시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처음엔 왜 소리를 지르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난청으로 인해 작은 소리는 잘 들리지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화재현장 같은 곳에서 늘 큰소리가 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방관들이 갖고 있는 직업병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짜증만 냈던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또한 날씨에 민감해 지곤 하십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사고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늘 걱정을 하십니다.

어른이 되면서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많은 무게를 진 직업인지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생명과 맞바꿀 수도 있는 순간을 너무나 자주 맞이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7년과 2008년은 경기도 이천시에 대형화재가 많았던 해였습니다. 당시 친구들에게 이천 또 불이났다며 여러 차례 연락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가슴을 졸였습니다.

당시 지방에서 대학생활을 하던 저는 매일 집으로 전화해 아빠의 안부를 묻곤 했습니다. 2008년 12월 대형물류 창고 화재가 있던 날 온몸에 까만 재를 뒤집어 쓰고 오신 아빠를 보고 가슴으로 눈물을 삼켰습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고충을 두 눈으로 마주한 때였습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많은 사건들을 매일 처리해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간혹 집 문이 잠겼다던지, 사소한 일도 신고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화 화가 나기도 합니다. 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왜 굳이 소방관들께 떠미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픈 일은 소방관들의 순직에 관한 뉴스를 듣는 것입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와 가족들의 슬픔은 제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클 것입니다.

2007년 11월 27일 이천의 물류창고 대형화재 때 한 소방관이 순직하시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뉴스를 보면서 참 많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화마가 너무나 두렵고 미웠습니다.

이천 설봉공원에는 소방관 추모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아빠와 설봉공원에 갈 때마다 그곳에 세워진 소방관 추모비를 들리곤 합니다. 동상을 하염없이 어루만지며 그 분의 이름을 부르시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제가 가끔“아빠는 이제 나이가 있으니 화재현장에 안가도 되지?”라고 물으면 팀장으로서 제일 먼저 들어가야 한다고 하십니다. 시민이 아닌 가족의 마음으로는 조금 덜 험한 일을 맡길 바라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소방관에 대한 뉴스를 보면 가슴 아픈 기사가 참 많습니다. 낙후된 장비를 대한 문제, 보상문제... 등 세상 어떤 직업보다 가장 용감하며 책임감이 강한 분들에 대한 대우가 너무나 열악하다고 생각됩니다. 장비를 사비로 구입하고 마땅한 전문병원도 없는 현실이 너무나 가습 아픕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소방관님들은 용감하게 많은 생명을 구하십니다. 아빠는 이제 몇 년 뒤에 은퇴를 하십니다. 은퇴 후 아빠의 바람대로 지리산에 들어가 여유롭게 여가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그날이 오기를 바라곤 합니다. 아빠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이제 그만 소방관의 가족으로서의 걱정을 내려놓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그 동안 아무 사고 없이 안전하게 재직하시길 기도 할 것입니다.

이 땅 위에 계신 모든 소방관님들께서 어떤 현장에서도 안전하게 일하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의 이런 바람은 전국에 있는 모든 소방관님들의 가족들의 소망과도 같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가족들이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존경하고 또 존경합니다.
김현술 기자  news91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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